2년만에 돌변? 원희룡 장관의 고무줄 잣대를 비판한다

이태경 2023. 1. 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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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토부 장관의 "주택 가격, 국가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무책임한 이유

[이태경 기자]

"부동산 폭등, 시장 실패 아닌 정부 실패" - <미디어펜> 보도, 2021년 6월 8일
"부동산 실패, 문재인 정권 무덤 될 것" - <한국경제> 보도, 2020년 7월 27일

누가 한 말일까.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2020년과 2021년에 한 주옥 같은 발언들이다. 원희룡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에 한 위 발언에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 하나는 그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실패라고 명확히 규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 장관은 "부동산 정책 실패가 문재인 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부동산 실패는 정권 무덤"... 2년 뒤엔 "주택값, 국가가 어쩔 수 있는 부분 아냐"
 
 2021년 6월 2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랬던 그가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장관이 되자 180도로 태세를 전환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1일 KTV(국민방송) 국정 대담 '국민이 묻고 장관이 답하다'에 출연했는데, 한 방청객이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거래가 안 돼 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규제를 풀어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 장관은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이라 가격 자체는 국가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거래가 단절되다시피 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정부의 실패' 때문이라며 기염을 토하던 원 장관이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부동산 대세하락에 대해선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이라 가격 자체는 국가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며 슬그머니 시장 탓을 하는 모습은 일관성도 없고 비겁하며 모순된다. 

원희룡 장관에게 최소한의 일관성과 반성 능력이 있다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했던 자신의 발언들을 성찰하거나, 집값 급락에 속수무책인 주무부처장관으로서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야 함이 마땅하다. 물론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벌어질 가능성은 작다.

문 정부 시기 가격 폭등 - 윤 정부 시기 대세 하락의 열쇠는 '금리'
 
 2022년 12월 27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시기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까닭과 윤석열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온갖 애를 씀에도 실패하고 있는 이유를 안다. '금리'가 바로 그 이유다.

문재인 정부 시기 수십 차례의 집값 안정대책을 쏟아내고도 앙등하기만 하던 집값은 미국 연준을 포함한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세적으로 가파르게 올리자 모래성 위에 쌓은 바벨탑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말한 수요와 공급도 결국 금리의 자장(磁場)안에 놓여 있음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 결정에 금리가 갖는 규정력은 막강하기 이를 데 없다. 책임 있는 공직자라면 금리 앞에 장사 없고, 부동산 가격 폭등과 폭락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금리라고 말할 법도 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공공임대주택, 서로 다른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장관에 대해 짚어야 할 이슈는 또 있다. 그는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6월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청년주택 등의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꾸준히 제공하고, 임대주택에도 입주할 기회가 없는 무주택자들에게는 '주거지원 바우처'를 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 장관은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을 주장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현재, 원희룡 장관의 임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은 원 장관과는 상반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패널들과 함께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발언했었다.
 
 2022년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중계방송으로 회의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하다 보면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이 될 수 있다. (...) 그래서 저희는 민간과 공공임대를 잘 믹스해서 공급하려고 한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견해는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매우 극히 부정적이다(관련 기사: 다주택자와 공공임대에 대한 윤 대통령 발언, 놀랍다 http://omn.kr/221fi ).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윤석열 정부 아래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늘길 기대하는 건 난망한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궁금한 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원희룡 장관의 견해다. 원 장관은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윤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걸 행동으로 옮길 마음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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