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을 먹는 남자, 그가 찾은 삶의 목적
[김동근 기자]
▲ 영화 <본즈 앤 올> 포스터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평생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사실 완전히 똑같은 취향을 만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의 전제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만나려 노력한다. 가지고 있는 취향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라면 더욱 그런 사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끔찍한 습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 메런의 이야기
영화 <본즈 앤 올>은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이 가진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메런(테일러 러셀)은 아빠와 살고 있지만 특이한 습성이 있다. 그는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아기 때는 베이비 시터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청소년기에도 친구의 손가락을 깨물어 먹은 적이 있다. 영화에 메런만 등장할 때는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가진 습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메건은 그 습성 때문에 시종일관 혼란스럽고 괴로움을 느낀다. 메건이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 영화는 일명 '이터'라고 불리는 메런과 비슷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 영화 <본즈 앤 올> 장면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설리라는 인물 때문에 메런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그 공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메런 자신도 그런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그를 더욱 심리적인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그때 만나는 것이 바로 리(티모시 샬라메)다. 리는 메런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고 메런이 마트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공격받을 상황이 되자 그 상황을 모면하게 도와준다. 그리오 무엇보다 메런과 똑같이 인육을 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같이 인육을 나눠먹는다.
인육 먹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의 로드무비
영화 <본즈 앤 올>은 전반적으로는 메런이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메런은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리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의지할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 중 리는 자신이 왜 인육을 먹는 존재가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반면 메건은 엄마를 찾아가서 자신이 이터가 된 이유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에 그를 버리고 간 엄마의 존재가 자신이 왜 그런 취향을 가졌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면 될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메건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터라는 존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메건과 리도 그들의 여정 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지만 그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답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졌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 영화 <본즈 앤 올> 장면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온전히 자신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실제로 이들은 서로에게 첫사랑과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습성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불편함과 슬픔, 당황스러움 그리고 공포를 같이 내뱉으며 공유한다. 그들이 가는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터로서의 자신들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착하게 된 건, 사랑과 좀 더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영화 인물들의 궁극적인 목적
조금은 끔찍한 습성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이터가 등장하듯,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금씩 이해의 범위는 다르다. 삶은 나라는 존재가 왜 생겨났고,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결국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을 만나면서 현재의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자신들의 취향과 습성을 가진 상대를 만났고 적당히 그것을 조정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이루어냈다. 이 영화의 설정이 끔찍할지언정,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영화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과거에 <버거 스플래쉬>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서스페리아>를 연출한 감독이다. 훌륭한 미장센과 설정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 전달했던 그는 이번 <본즈 앤 올>에서도 독특한 설정 속의 인물들의 내면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메건 역을 맡은 배우 테일러 러셀은 <이스케이프 룸>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이터라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에서도 이터로서의 고통을 공감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은 꽤 큰 걸림돌이다. 영화가 인육을 먹는 장면을 공포영화처럼 끔찍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 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을 떼어놓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무척 아름답고 슬프다. 평생 자신의 취향과 습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이 영화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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