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주권, 中 유니폼 입고 WBC 뛴다…국가대표 재발탁
-‘홀드왕 출신’ 주권, 중국 국가대표 발탁
-2017년 WBC 당시 거셌던 ‘악플 세례’
-“이번에도 고민 많았지만 도전해보기로”
KT 위즈 우완투수 주권(28)이 다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운드를 밟는다. 중국 유니폼을 입고서다.
주권은 3일 중앙일보를 통해 “올해 3월 열리는 WBC에서 국가대표로 뛰어달라는 중국야구협회(CBA)의 부탁을 받고 고심을 하다가 최근 마음을 굳혔다. 비록 태극마크는 달지 못하지만, 다시 한 번 WBC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 출전을 결정하게 됐다. 구단에서도 흔쾌히 동의해줬고, 최근 CBA로부터 최종엔트리로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주권은 이로써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2017년 제4회 대회의 뒤를 이어 생애 두 번째로 WBC 마운드를 밟게 됐다.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WBC는 자신의 조국은 물론 부모 혹은 조부모의 나라 중 어느 국가를 대표해서 뛰어도 된다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주권은 1995년 5월 31일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고향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10살 때인 2005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2007년 한국 귀화를 마친 주권은 청주중과 청주고에서 활약하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어 2015년 당시 신생팀인 KT의 우선지명을 받고 프로로 입문했다.
시속 140㎞대 중반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무기인 주권은 데뷔 초창기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선 KBO리그 사상 최초로 데뷔승을무사4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2019년부터는 새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의 지도 아래 필승조로 거듭난 뒤 2020년 31개의 홀드로 생애 첫 번째 개인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이처럼 프로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주권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무대가 있다. 바로 6년 전 열린 WBC다. 당시 주권은 CBA로부터 출전 권유를 받고 고심을 거듭했다. 부모의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다는 WBC만의 특별규정으로 참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의 걸림돌로 남았다.
그러나 야구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WBC 마운드를 밟고 싶다는 의욕이 심경의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찾아온 존 맥라렌 당시 중국대표팀 감독의 성의까지 더해져 출전을 결심했다.
이렇게 중국 국가대표가 된 주권은 2017년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호주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WBC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기록은 3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주권의 이날 등판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 언론도 주목할 만큼 큰 화제가 됐다.
이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해 KT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은 주권은 최근 다시 CBA로부터 WBC 참가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주권은 “사실 2017년 당시에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했다. 나의 출신을 놓고 악성 댓글을 참 많이 받았다”면서 “이번에도 그때 기억이 떠올라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또, 올해가 FA를 앞둔 시즌이라 고민이 컸다. 그러나 CBA에서 간곡히 요청해왔고, 나에게도 귀중한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철 감독님과 나도현 단장님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분들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WBC를 나갈 수 있게 됐다. 배려해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구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2006년 닻을 올린 WBC는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5회 대회를 올해로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체코, 호주와 함께 1라운드 B조로 속해있다. 한국과 중국은 3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맞닥뜨린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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