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확대" 지시한 김정은…'무기 판매용' 열병식 강행하나
북한이 평양시 외곽 미림 비행장에 최대 1만 3500명 규모의 병력을 집결해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부터 비슷한 규모의 연습을 지속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열병식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인공위성 정보 제공 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2일 해당 지역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에 비행장 중심부를 관통하는 도로 등에 사각형 점 형태의 병력 대열이 40여 개 나타났다고 3일 보도했다. 이전 열병식에서 한 대열을 50~300명으로 구성했던 점 고려하면 최대 1만 3500명 규모로 추산된다.
미림 비행장에서 처음 변화가 포착된 건 지난달 6일부터다. 북한은 점차 그 규모를 늘리더니 지난달 20일에는 동원된 병력이 1만 2000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제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선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하려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일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국방 분야를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을 내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은 코로나 등의 여파로 국경봉쇄를 3년째 이어가면서 '버틸 수 있는지'와 관련한 체제 내구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며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신형 전략무기 등을 의도적으로 선보이면서 북한 정권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연말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한국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敵)"으로 규정하면서 남측을 직접 겨냥한 전술핵무기의 다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 확대를 지시했다. 특히 "핵무력은 전쟁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고,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핵 선제공격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김정은이 직접 5대 목표로 정해 개발을 공언한 고체 연료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다탄두 각개기동 재진입체(MIRV) ICBM,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무인정찰기 등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과 관련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북한 무기를 구매하려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이슨 바틀렛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고문에서 "핵 프로그램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첨단 무기를 방송으로 공개하는 것을 꺼릴 수 있지만, 북한은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열병식 방송은 미국 적대국들에 무기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주요 정치 기념일을 계기로 열병식 열어 신형 무기를 과시해왔다. 신형 ICBM인 '화성-17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시옷)',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전술 미사일(NK-23) 확대 개량형 등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다.
열병식 디데이(D-day)는 올해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건군절(75주년·2월 8일)이 거론된다.
북한은 앞선 건군절 70주년이던 2018년에도 열병식을 열었다. 정주년에 맞춰 기존에 건군절로 지내던 조선인민혁명군창건일(4월 25일) 대신 70주년을 맞은 김일성이 북한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시켰다고 주장하는 2월 8일로 기념일을 변경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열병식 개최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열병식 준비 등을 포함해서 북한의 주요 시설, 지역에 대한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열병식을 비롯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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