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역경 앞에 선 김연경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또다시 역경 앞에 섰다. 우승을 향해 달리던 상황에서 사령탑 부재란 악재를 맞았다.
흥국생명은 2일 권순찬 감독이 고문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임이었다. 권 감독은 1선에서 물러나고, 이영수 수석코치가 대행직을 맡았다. 흥국생명 배구단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절반인 3라운드를 치른 현재 2위다. 1위 현대건설과는 승점 3점 차다. 맞대결에서 한 번 이기면 따라잡을 수 있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선 현대건설에게 이겨 자신감도 올라갔다. 개막 전만 해도 "쉽지 않다"고 했던 김연경도 당연히 1등을 해야 하고, 욕심을 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은 감독 교체란 소식을 접했다. 해임 사유가 구단 수뇌부의 선수 기용 관련 문제라는 점에서 선수단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 가해졌다. 선수단 사이에서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흥국생명은 2020~21시즌 12년 만에 돌아온 김연경을 앞세워 1위를 질주했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사태가 터졌다. 최악의 팀 분위기 속에서 결국 1위 자리마저 GS칼텍스에게 내줬고, 우여곡절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나섰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중국에서 시즌을 치른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서 이뤘던 목표를 이룬 뒨 국내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우승의 맛을 보고 싶었던 김연경은 권순찬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시즌 초반 고전하긴 했지만, 3라운드 반등에 성공하며 분위기도 끌어올렸다. 그러나 데자뷰처럼 2년 만에 흥국생명은 또다시 경기 외적인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
권 감독이 물러난 뒤 베테랑 선수들은 구단의 결정에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수 수석코치가 팀에 남아 대행을 맡았고,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팀을 위하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행인 건 김연경의 경기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 막판 세터 이원정을 영입하는 등 팀을 재정비했다. 1라운드 공격성공률 45.60%(193점)를 기록했던 김연경은 3라운드엔 공격성공률 53.16%(237득점)를 기록했다. 오히려 공격 빈도가 높아지면서 경기력도 올라갔다.
김연경 복귀 이후 흥국생명은 여자배구 흥행을 이끌고 있다. 평일에도 삼산체육관에는 3000명 이상의 관중이 찾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그런 팬들을 보면서 김연경도 의지를 불태웠다. 이미 배구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김연경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 시즌 뒤 김연경은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국내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고, 다시 해외로 향할 수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을 위해 코트를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실한 건 김연경이 지금 원하는 건 승리, 그리고 또 우승이라는 점이다. 예상 밖의 고난 앞에 선 김연경에게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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