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人터뷰]오영환 "이태원 재발방지책 전문가 공청회 꼭 열어야"

나주석 2023. 1. 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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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오영환 민주당 의원
소방관 출신 "회피하는 일을 밝혀야"
"국정조사 연장 안 할 명분 없어"

"모든 재난이 그렇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충격이 사라지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람은 상처를 덜 받기 위해 최대한 아픈 것은 빨리 잃어버리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 그 일을 직접 겪은 사람, 그리고 유가족들만 그 시간을 계속 살아가게 된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준이 기자]한 해가 끝나가는 연말이었던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보다 시들해진 여론의 관심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참사의 기억이라는 고통을 마주한 일반인들로서는 ‘망각’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다시 그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소방관’ 출신의 오 의원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뒤늦게 참여했다. 뒤늦게 참여한 국정조사에 대한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밝혀내 스타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정조사를 통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께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예산정국에 이어 국정조사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지난해 연말 예정된 지역구 일정이나 행사,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을 일체 포기했다.

국정조사는 외줄타기를 보는 듯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애초 기한이 정해진 상태에서 예산안이 처리돼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족쇄가 채워졌던데다 여당 의원들의 불참 논란, 기관보고 파행, 증인 문제로 1차 청문회 취소 등 모든 것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이제 남은 청문회는 4일과 6일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국정조사에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나

A : 가장 답답한 부분이 (희생자들은) 단지 길을 걸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축제를 즐기러 나갔던 사람들이 단지 길을 걷다 한날한시에 그 자리에서,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압사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사고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발생했을 때 빨리 도움을 줘야 할 의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돼 있는데 ‘왜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왜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지’를 국민들이 분노하며 묻는다. 그 부분을 하나씩 밝혀 했어야 할 일과 하지 않았어야 할 일, 회피하고 있는 일들을 밝혀내려 한다.

Q : 국정조사 무용론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A : 정부나 여당에서는 수사가 중요하고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게 우선이지 국정조사는 정쟁만 된다는 주장을 편다.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인데, 사법적 책임 외에도 국가나 지자체 기관장들에게 부여된 총괄적인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 행정적 책임도 분명히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따져 물어 국민께 알려야 할 의무가 국회가 있다. 국민께 소상하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정조사라면 무용론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Q :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반려되기도 했다. 최 서장 책임론 어떻게 보나?

A : 최 서장과 그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이 그날 밤 유일하게 작동했던 국가였다. 그날 지시한 사람은 넘쳐났다. 대통령도 지시했고,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시했고, 서울시장도 지시했다. 지시한 사람은 많은 데 정작 현장에서 사람들이 애타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그 손을 잡아준 사람들은 소방관들밖에 없었다. 어처구니없던 게 소방당국과 용산소방서장은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알릴 곳은 다 알렸다. 그런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에 누구도 오지 않았다. 도움도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소방서장과 소방관이 외롭게 고군분투했는데, 소방서장의 과실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관한 부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Q : 현장방문 당시 유족들을 조롱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있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 이태원 참사는 사회적 재난이고 대규모 재난인데, 그 재난이 끝이 여전히 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유가족들에게도 재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인명피해 외에도 국가와 사회, 시민들에게 남기는 상처를 고려하면 그 사람(극우 유튜버)들이 가하는 행위 역시 이 사고 참사 자체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다. 너무 참담하고 참혹한 상황이었다. 10월에 난 사고인데 눈이 내리는 날 첫 조사를 나가 그 상황을 보고 있으니 아비규환이었다.

Q : 참사 이후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었다.

A :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분이다.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갔다, 친구를 잃었던 사람이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국가와 정부, 지자체가 그런 부분을 도와주지 않으려고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돌봄을 받지 못했다. 이 사안 외에도 비슷한 일은 어디서든 있을 수 있다. 이런 희생과 비극이 그 주위에 끼친 영향에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손을 내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복지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 안 한다. 당장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고, 내가 이렇게 힘들 때 어디에 손을 뻗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진정한 복지, 넓은 복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Q :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소방관들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A : 문재인 정부 때 2만명을 늘려 이제 '6만 소방관 시대'가 됐다. 사실은 이게 증원이 아니다. 최소 정원에 미달하는 만큼을 충원한 것이다. 늘어나는 소방 대응 수요에 맞추려면 정원 기준 자체를 늘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에도) 상급자 눈치가 보여 휴가를 못 가는 게 아니다. 누군가 힘들다고 병가를 내면 다른 사람이 그 근무를 추가해야 한다. 내가 겪는 고통을 동료가 더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원 자체를 늘리는 논의가 필요하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Q : 여야 간 국정조사 연장 문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예산안 합의 이후로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을 때에는 최소한 4주 정도는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시간이 촉박해졌다. 그럼에도 합의한 대로 청문회를 3차례 하겠다고 계획을 의결한 것 아닌가. 그마저도 증인 채택과 관련된 몽니로 인해 하루를 못 하게 됐다. 당연히 최소한 합의된 3번의 청문회를 해야 한다. 6일 청문회를 마치고 7일에 결과 보고서를 정리를 어떻게 할 수 있나. 국조특위 이름에는 재발 방지가 들어가 있다.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은 우리끼리 조사한 것을 토대로 하는 것보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그 공청회와 결과보고서 채택이 반드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문회에 유가족과 현장에서 생존자들이 직접 증언을 들여다볼 수 있게 피해자 참여 원칙 이런 것들에 대해 합의했다. 그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참사 당시 정황과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반드시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연장을 안 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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