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면적보다 3배 하락”…서울 소형아파트 수난시대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아파트값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등 하향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서울 소형 아파트가 대형 면적 대비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높은 가격을 받쳐주던 ‘영끌’ 수요가 빠져나간 데다 임대사업자 혜택마저 사라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에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노리는 구축 아파트 가격도 신축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등 가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소형아파트(전용면적 40㎡ 초과~60㎡ 이하) 매매가는 누적 기준 전년보다 9.66% 떨어지며 모든 평형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형아파트(전용면적 40㎡ 이하)는 8% 하락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초대형아파트(전용면적 135㎡ 초과)는 전년 대비 2.86% 하락하며 가장 낮은 하락폭을 보였다.
이런 추세는 강북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한강 이북 전체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중소형 아파트는 11.64%, 소형 아파트는 11.47% 떨어졌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해있는 동북권의 경우, 중소형(12.08%)·소형(13.26%) 모두 서울 내 권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동북권의 초대형아파트는 같은 기간 2.4% 하락에 그쳤다. 가장 면적이 작은 소형과 최대 면적 기준인 초대형의 하락폭이 6배나 벌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저렴한 소형아파트에 몰린 2030 ‘영끌족’이 몰락하면서다. 집값 상승기가 시작된 2020년부터 상대적으로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강북지역으로 내집마련을 꿈꾸는 청년세대가 몰리며 소형 단지의 매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택매매시장이 주춤해진데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낮은 가격에 ‘급매물’을 내놓는 매도인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임대사업자 유인책도 사라지면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에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임대사업자 혜택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제도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부추겨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지목하며 세제혜택을 감소하고, 아파트를 신규 임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는 다세대가구 등 비아파트에 대해서만 장기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실제로 급매물이 쏟아지며 소형아파트의 가격은 내려가는 반면 거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총 1만2111건 가운데 60㎡(전용면적) 이하의 소형아파트의 거래량은 총 6506건으로 전체의 53.7%에 달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소형아파트의 거래 비중인 46.5%에 비해 7.2%포인트 커진 것이다.
반면 대형면적의 경우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거래되며 비교적 등락폭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투자수요가 많은 소형아파트와 달리 대형 단지에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며 "금리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데다 여전히 실제 거주하려는 수요가 남아있다 보니 가격하락세가 소형보다는 완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공연도별에 따라서도 하락폭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년 이하의 신축 단지는 6.96% 하락하며 20년이 넘은 구축 단지(-8.14%)보다 낮은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가격 진입장벽이 낮아 투자자들이 몰렸던 동북권 지역의 경우 20년 이상의 구축 단지는 지난해에만 11.05%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신축 단지에는 실거주 수요가 대부분인 반면 구축 아파트에는 상대적으로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대표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은데다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상승기에 몰렸던 투자수요가 빠져나가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구축 아파트가 외면받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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