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지지율 1위 나경원…"용산은 안 그런데" 與 이중딜레마

김다영 2023. 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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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후 대구 중구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지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차기 국민의힘 대표 여론조사는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이 선호하는 후보 1위’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일 발표된 MBC-코리아리서치, SBS-넥스트리서치, 뉴시스-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각각 21.4%, 24.9%, 30.8% 지지를 얻어 각각 18.0%, 20.3%, 20.3%를 얻은 안철수 의원을 따돌렸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 연대’를 내세우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각각 12.8%, 9.4%, 15.1%를 얻어 3위권을 형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최고위원 경선은 ‘100% 당원투표’ 방식, 이른바 ‘당심(黨心)’만으로 치러진다. 그래서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가장 유사한 통계적 예측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부동의 1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까지 두 달여, 2월 초 후보 등록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계속해 두각을 나타내자 여권에선 현재 당권 구도의 특이성에 대해 말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에서 직접 특정 당권 주자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당내에선 윤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여의도에선 ‘용산에선 나경원이 1순위는 아니다’는 말이 많은데, 당심은 자꾸 나경원이라고 나오니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 친윤계 사이에선 “용산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김기현”이란 말이 공공연하다. 가까운 사람을 관저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는 ‘관저 정치’를 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최근 김 의원과 두 차례(지난해 11월 30일, 12월 17일) 관저 만찬을 한 사실도 공개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권성동·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연합뉴스

하지만 막상 여론조사를 보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절반 수준으로, 아직 선두 그룹에 끼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선 나 전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걸 일종의 딜레마로 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엔 그 지지표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경선에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결선투표라는 게 후보자 두 명을 놓고 투표를 하다보니 투표를 안 하던 사람도 하게 만들고, 또 반발심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며 “나 전 의원에게 결집해있던 표가 어디로 갈지는 예측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경주시당협 당원연수에 참석해 연설 뒤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나 전 의원 페이스북


나 전 의원 개인으로서도 상황이 다소 복잡하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을 맡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주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나 전 의원도 지난해 10월 위촉장을 받은 뒤 “저출산고령사회로부터의 탈출 없이는 대한민국의 내일이 없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관계자는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비상근직이어서 따로 사표 수리의 절차는 필요가 없고, 국민의힘 대표와 겸직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중책을 맡긴 대통령에게 그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당내 주요 행사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 참석해서 그는 “대선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정권교체가 됐지만 완성되지 않았다”며 “내년 총선 승리가 정권 교체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출마 권유가 많다는 사실도 꾸준히 전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성탄절 페이스북에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씀은 ‘당대표 되세요’다”라고 적었다. 그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심은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말씀”이라며 “(진짜 윤심이 아닌) 윤심팔이만 있을 뿐”이라며 다른 후보를 꼬집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재 맡고 있는 직책과 과연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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