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붕어빵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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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나가사키는 서양과 교류하는 관문이었다.
풀빵을 국화 틀에 넣으면 국화빵, 생선 모양으로 만들면 붕어빵, 안에 달걀을 넣으면 계란빵이다.
그중 붕어빵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민 간식에 등극했다.
이 붕어빵이 지금은 귀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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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나가사키는 서양과 교류하는 관문이었다. 서양 상인들이 활개치고 다녔다. 그러면서 음식도 퍼졌다. 네덜란드빵을 뜻하는 오란다빵이 그렇다. 18세기에 암스테르담에서 유행했던 길거리 음식 스트룹와플(시럽와플)도 이때 전해졌다. 일본인들은 묽은 밀가루 반죽을 틀에 붓고 팥을 넣어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마가와 다리 근처 노점에서 팔았다고 해서 이마가와야키라고 불렀다. 둥근 모양이 에도시대 금화 오오반(大判)을 닮아 오오반야키라고도 했다.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인 도미 모양 틀에 구운 타이야키가 등장한 건 19세기 말이라고 한다. 도미가 일본어로 타이다. 이후 구지라(고래)야키, 실러캔스(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물고기)야키, 고이노보리(잉어 깃발)야키로 발전했다. 팬더 모양을 한 판다야키도 나왔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930년대다. 오오반야키가 오방떡으로 소개됐다. 처음에는 팥소가 가득한 이색 음식이었다. 그런데 6·25전쟁 직후 원조 밀가루가 쏟아져 들어오자 풀빵으로 변신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 됐다. 풀빵을 국화 틀에 넣으면 국화빵, 생선 모양으로 만들면 붕어빵, 안에 달걀을 넣으면 계란빵이다. 그중 붕어빵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민 간식에 등극했다. 겨울이면 누구나 찾는 ‘제철 생선’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붕어빵이 지금은 귀한 몸이다. 원자재 값이 너무 올라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다. 그래서 붕어빵을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는 앱이 인기 절정이다. 전국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어떤 가게는 앱의 댓글을 보고 값을 정한다.
미국의 소문난 푸드트럭은 스마트폰으로 위치와 도착시간을 알린다. 팔로어 수만명은 기본이다. 셰프의 인기는 할리우드 스타급이다. 고급 레스토랑도 SNS로 무장한 푸드트럭을 앞세워 홍보의 전쟁에 뛰어든다. 붕어빵 앱을 보면 드디어 노점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붕어빵 트럭이 열렬한 환호 속에 홍대 앞 거리에 진입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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