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2) ‘천지창조’의 감동 품고 사도 바울의 길 ‘트레 폰타네’ 찾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관광 가이드와 약속된 테르미니 지하철역 주변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몰려 들었다.
다음 날에는 바울 사도가 순교한 장소로 추정되는 트레 폰타네를 찾았다.
'바울 사도의 길'과 '그분의 마지막 여정'이 오롯이 서려있는 숙연함 때문인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2년간 가택연금됐던 바울 사도가 어떻게 순교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64년 네로 박해 때 순교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감상하며 감탄
사도행전과 옥중서신 통해 만나왔던
바울 사도 마지막 여정 보며 숙연해져
관광 가이드와 약속된 테르미니 지하철역 주변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몰려 들었다. 삽시간에 서너 팀이 형성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해외 관광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그토록 싫어하는 관광의 백미 깃발 따라가기에 나섰다.
모두 이어폰을 끼고서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며 박물관 방향으로 행진을 계속한다. 언덕을 따라 한참이나 올라갔는데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고 있다. 한 줄은 올라가고 또 한 줄은 내려간다. 이들이 모두 바티칸 박물관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가이드에게 우리의 관람 목적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 관람 일정에서 필요한 것은 시스티나 예배당의 미켈란젤로 작품뿐이니 박물관 입장과 동시에 우리는 자유롭게 행동하겠다는 것이었다.
단체로 이동하다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안내자를 동반한 그룹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깃발만 쫓아가기에 바빴다. 그러나 우리는 천장화로 유명한 천지창조의 대작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며 감상했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미켈란젤로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환갑이 된 미켈란젤로는 당시 교황 클레멘스 7세로부터 제단 위 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교황이 사망하게 되자 이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가 알렉산드로가 교황 바오로 3세로 취임한 후 다시 이 그림을 의뢰함으로써 재개돼 서쪽 벽에 ‘최후의 심판’이 완성됐다.
14m에 달하는 거대한 높이의 벽면에 온갖 인간의 형상을 망라한 391명의 육체의 군상이 그림 속에 드러나는 이 대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교황의 의전담당관으로서 가장 부패한 인물이었던 ‘비아지오 다 체세나’ 추기경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는 부르심을 받은 자 답게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지옥의 수문장 미누스’로 그려 넣을 정도로 타협하지 않는 신앙의 강직함을 표현했다.
다음 날에는 바울 사도가 순교한 장소로 추정되는 트레 폰타네를 찾았다. 사도행전과 옥중서신을 통해 늘 만나왔던 그분을 찾은 느낌이었다. ‘바울 사도의 길’과 ‘그분의 마지막 여정’이 오롯이 서려있는 숙연함 때문인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트레 폰타네(Tre Fontane, 三泉)’. 2년간 가택연금됐던 바울 사도가 어떻게 순교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64년 네로 박해 때 순교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네로가 빈민가를 불 지르자 시민여론이 사나워졌고, 황제는 다급한 나머지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박해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 때 바울과 베드로 두 사도 모두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드로는 ‘십자가형’을 받았지만 로마시민권자였던 바울은 ‘참수형’으로 순교를 당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전설에 따르면 이곳을 담당했던 형리가 사도 바울의 목을 자르니 머리가 세 번 튀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의 머리가 튄 자리마다 샘물이 퐁퐁 솟아났는데 이것을 형상화한 그림과 조각이 이곳에 다양한 작품으로 걸려 있다. 트레 폰타네 바울 순교 기념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아담한 규모에 적막할 정도로 깊은 고요함이 흘렀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식 새벽기도회 열기… 난민들 “복음이 힘이다” - 더미션
- 배우들이 용감하게… “하나님께 감사” - 더미션
- 마태복음 속 ‘빚 탕감’ 복음이 일어난 주문도엔 오늘도 영혼의 우물이 솟는다 - 더미션
- ‘더 미션’ 덕분에 성경과 벗할 수 있었죠 - 더미션
- “아프리카·국내 장애인부터 섬긴다”… 100억 기금 조성 박차 - 더미션
- 교육전도사 못 구해 발 구르는 교회… 아우성 커진다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