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복음 꿈나무 키워라”… 오지 섬 넘나들며 35년째 사역
‘섬나라’ 필리핀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7300개 이상의 섬이 있다. 코바(COVA) 국제선교회 대표인 박성호(68) 선교사는 이곳에서 35년째 오지 섬들을 드나들며 필리핀의 꿈나무인 다음세대를 키우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개인적으로 성장 과정에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세 살 연상의 신앙 선배이자 교회학교 교사의 헌신적인 사랑과 섬김으로 상처를 치유받았다. 입대를 앞둔 1975년 박 선교사는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이제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줬으면 좋겠어.”
박 선교사는 수년 뒤 하나님이 그의 입술을 통해 자신을 선교사로 부르신 것을 깨달았다. 다음 세대를 살리는 그의 사역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1일 경기도 군포 선교회 사무실에서 한국에 잠시 방문 중인 박 선교사를 만났다. 박 선교사는 필리핀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선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와 기관들이 필리핀에서 지원을 지속해왔고 복음을 전했지만, 수고와 헌신에 비해 쉽게 변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그럼에도 이곳에서 복음으로 변하는 소수의 영혼이 너무 귀하다. 영적으로 어두운 지역과 나라를 흔들어 깨우는 아이들을 키우는 게 선교사로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선교사가 지난 88년 싱가포르에서 CFA(Christ For Asia) 선교 훈련을 마친 후 선교 실습을 위해 처음 밟은 땅이 필리핀이었다. 수도 마닐라의 빈민촌에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걷는 어린 소녀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가난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부터 마닐라 빈민촌에서 현지 교회 목회자들과 협력해 아이들을 섬기고 세우는 사역을 시작했다. 2004년 현지 목회자들로부터 마닐라보다 더 열악한 오지 섬의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박 선교사는 루손섬에 있는 아브라 지역의 다낙과 팍파카 마을에 선교회 센터를 세웠다. 두 지역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350㎞ 이상 떨어진 곳이다. 10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며 두 번이나 뗏목으로 강을 넘어야 할 정도로 오지다.
선교회는 가난으로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매일 강을 건너 등교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 인근에 기숙사를 세웠다. 지역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을 마련해 아이들이 함께 책을 나눌 기회도 제공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꿈꿀 수 있도록 2년마다 한국에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박 선교사는 처음부터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선교 초창기 시절 마닐라 등 여러 지역에서 선교사가 귀국한 뒤 선교사가 세운 교회가 지역 창고로 쓰이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박 선교사는 “선교회는 현지 사역자와 협력해 그 교회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한다”며 “현지 교회도 선교회 사역을 환영한다. 지역 사회에서 선교회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교회는 다낙과 팍파카 센터 등을 통해 지금까지 2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박 선교사는 복음으로 무장된 아이들이 잘 성장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교회에서 활동한 다오아얀 노엘(27)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최근 고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았다. 철도대학에 진학한 돌진 수랭(20)은 여성 기관사를 꿈꾸고 있다. 박 선교사처럼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은 파티나 조슈아(27)도 그의 자랑스러운 제자다.
박 선교사는 “이전에 아이들과 말하면 대화 내용 속에 꿈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요즘엔 바뀌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말한다”며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받은 사랑을 나눠주는 코바의 후원자가 돼라’고 말한다. 선교사를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아이들로 잘 키워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게 선교회 목표”라고 전했다.
“필리핀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섬나라로 섬의 숫자가 7300여개 됩니다.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고 치안도 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정치·경제 상황도 알려주세요.
“6년 임기 대통령제 국가입니다. 국기의 빨강은 용기, 파랑은 고매한 정치적 이념, 하양은 순결과 평화를 상징합니다. 주요 수출품은 코코넛 바나나 등이며 관광 산업 등 서비스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 종교적 상황은 어떤가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천주교 국가입니다. 종교 비율은 천주교 84%, 개신교 9%, 이슬람교 5%이며 천주교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필리핀에서 주의할 게 있나요.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지로 들어갈수록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으므로 현지인과의 동행이 필수입니다.”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도 부탁드려요.
“선교사 중심이 아닌 원주민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음에 낯선 현지민들을 위해 지역 지도자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기관장들과의 교분을 잘 쌓아나가는 것도 선교를 위한 중요한 포석이 될 수 있습니다.”
군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년 예수·요셉·하디처럼 MZ세대에게 꿈을 허하라 - 더미션
- 한국식 새벽기도회 열기… 난민들 “복음이 힘이다” - 더미션
- 마태복음 속 ‘빚 탕감’ 복음이 일어난 주문도엔 오늘도 영혼의 우물이 솟는다 - 더미션
- ‘더 미션’ 덕분에 성경과 벗할 수 있었죠 - 더미션
- “아프리카·국내 장애인부터 섬긴다”… 100억 기금 조성 박차 - 더미션
- 교육전도사 못 구해 발 구르는 교회… 아우성 커진다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