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속 시리아 난민 슛돌이들, 영화 주인공처럼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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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이 빈둥대는 난민 어린이들을 모아 축구공을 사줬더니 사방팔방에서 아이들이 몰렸다.
김 선교사는 "이 아이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진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팀을 홀로 꾸려 나가는데 여러모로 벅찬 상황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난민 어린이 축구팀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 달라"며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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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이 빈둥대는 난민 어린이들을 모아 축구공을 사줬더니 사방팔방에서 아이들이 몰렸다. 내친 김에 축구 감독을 구해주고 연습 장소까지 마련해줬더니 아이들은 축구에 진심이었다. 실력 테스트나 해보자고 대회에 출전시켰더니 기존의 강팀을 줄줄이 꺾어버렸다. 마치 영화에서 등장할 것 같은 이야기가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어린이 축구 캠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오전 레바논 베카주의 엘 마르지에 있는 다목적 실내체육관. 군데군데 바닥이 움푹 파이고 뜯겨져 나간 인조잔디 축구장에선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감독의 지휘 아래 패스와 드리블, 공뺏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8세에서 13세로 구성된 선수들은 날렵하고 빨랐다. 슈팅에 힘이 있었고, 패스 정확도도 일품이었다.
이들 선수는 레바논 베카주의 조이풀(Joyful) 축구 캠프 소속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이다. 이 팀을 이끄는 이는 NGO인 써빙프렌즈 인터내셔널 레바논 지부장인 김요한(51) 선교사다. 시리아 난민촌 인근에서 교육센터를 지어 난민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2년 전쯤 마을 어귀에서 서성이는 난민 소년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에게 축구공을 사주고 간식도 챙겨줬다.
축구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힘을 얻은 김 선교사는 수소문해 연습장과 감독·코치까지 마련했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그는 사실상 구단주이자 주무, 팀닥터에 간식 담당까지 겸하는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김 선교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잘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레바논에서 치러진 전국 규모의 대회만 여러 차례 나갔는데 우승컵과 준우승컵을 서너 차례 챙겼다. 시리아 난민 소년팀이 기존의 레바논 팀들을 보란듯이 꺾다 보니 경기장에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난민 아이들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아무일 아닌 것처럼 편파 판정을 남발하길래 너무 화가 나서 경기 도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적도 있다”면서 “이 모든게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잘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웃어넘겼다.
연습장에는 구경하러 온 부모도 여럿 눈에 띄었다. 아흐마(40)씨는 “아들이 발재간이 좀 있어서 (김요한 선교사에게 요청해) 캠프에 보낼 수 있었다”면서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맘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시리아 축구선수 출신인 페아드 알리페아 감독은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고 기술 습득 속도가 빠르다”면서 “실력이 계속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만족해했다. 김 선교사는 “이 아이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진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팀을 홀로 꾸려 나가는데 여러모로 벅찬 상황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난민 어린이 축구팀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 달라”며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베카(레바논)=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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