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수강생, 실내 수영장에서 사망… 뭐가 문제였을까

이슬비 기자 2023. 1. 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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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프리다이빙 수강 중 수강생이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저 스포츠인 프리다이빙 강습 중 수강생 한 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생겼다. 공기통 없이 한숨에 깊이 잠수하고 올라오는 스포츠인 프리다이빙은 얼핏 들으면 위험할 것 같지만, 레저로 즐기는 프리다이빙은 보통 5~30m 정도를 유영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실제로 인기를 끈 지 8년 정도 됐지만 이번을 제외하곤 실내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가 보고된 적은 거의 없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광주 5m 풀장에서 프리다이빙하다 익사

광주서부경찰은 지난달 10일 오후 4시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한 실내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 강습을 듣던 A(여·33)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고 당시 A씨는 다른 수강생 2명과 강사 B씨 등과 5m 깊이 다이빙 풀을 찾았다. 이들은 경찰에 "A씨가 프리다이빙 연습 중 10~15분가량 물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고당하는 순간은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수영장에 있었지만, 강습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호흡도 없었다.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처치로 심장 기능이 일부 회복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고, 사고 발생 12일째인 지난 21일 정오쯤 가족 동의로 호흡기를 제거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A씨를 부검한 결과 사인은 익사로 잠정 결론 났다. 경찰은 A씨 유족이 지난달 13일 B씨와 다이빙풀 운영 업체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데 따라 강사·운영 업체의 자격, 안전조치 이행 여부, 사고대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프리다이빙, 버디 시스템 잘 지켜지면 안전해

놀랍게도 프리다이빙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 부력이 큰 수트만 입으면 핀(오리발)을 끼고 흔들기만 해도 쉽게 물에 뜬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얼굴에 물을 끼얹고 편안한 호흡을 하면 포유류 잠수반사(MDR. Mammalian Diving Reflex) 작용이 유도돼,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안전하고 쉽게 오래 물속에 있을 수 있다. 여기에 강습으로 호흡법과 압력평형기술(이퀄라이징)을 익히면 5m는 쉽게 내려갔다 올 수 있다. 5m까지 다녀오는 덴 30초~1분 내외면 된다.

이 때문에 레저 프리다이빙은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생겼고, 물 공포증을 극복하려는 사람조차 도전하는 분야가 됐다. 빠르게 대중화돼 프리다이빙 전문 국제단체 AIDA에 등록된 한국인 선수가 2016년 36명에서 2023년 1월 524명으로 14배 이상 늘었다. 프리다이빙 강사 이모씨는 "깊은 물 속에서 의식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 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 충동이 강해져 수면으로 올라오고, 항상 짝지어 다이빙하고 있어 사고가 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뇌는 산소 농도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기민하게 느껴, 저산소증이 생기기 전에 수면으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프리다이버들은 항상 버디(다이빙 짝)와 함께한다. 버디는 한 명이 다이빙할 때 반드시 그 위에서 보고 있어야 한다. 두 명이 동시에 다이빙하면 안 된다. 이번 사고도 버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운동 특성상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프리 다이빙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폐쇄성 폐 질환이 있거나, 코와 귀에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운동해야 한다. 혈압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도 숨을 참는 중 혈압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프리다이빙 안전 문제, 오롯이 강사가 좌우

그런데 어쩌다 광주에선 이런 익사 사고가 생긴 걸까? 가장 큰 문제는 프리다이빙 안전 문제가 오롯이 강사에게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다이빙풀엔 안전요원 배치 의무규정이 없다. 레일이 설치된 수영장은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이지만, 다이빙풀은 자유업으로 취급돼 체육시설법상 필수 시설 설치, 체육지도자·안전관리자 배치 등 규정이 없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난 다이빙풀도 광주시도시공사가 개인사업자에게 시설·안전관리를 위탁한 곳으로 사고 당시 상주하던 안전요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안전요원이 있어도 문제 해결이 어렵다. 프리다이빙 강사 김모씨는 "프리다이빙 중 물속에서 의식을 잃으면 떠오르지 않는다"며 "물 밖에 상주하는 안전요원이 사실상 물속까지 확인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버디 시스템을 알려주고 책임질 강사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체에서도 강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책임자로 등록한 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의 풀장 이용을 허가하고 있다. 현재 강사에게만 안전장치 책임이 다 맡겨져 있지만, 강사 자격증은 국제 민간 회사에서 부여하고 있고, 국가공인자격증이 아니다. 강사 자격증을 따려면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배우지만, 한번 따고 나면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1년마다 갱신 과정을 밟지만, 테스트보단 안전사고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게다가 민간회사에서 인증하는 트레이너가 알아서 강사를 배출하고 있어,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프리다이빙 강사 김모씨는 "현재 프리다이빙 자격증은 일정 코스를 이수한 사람일 뿐, 자격증만 보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 실력은 좋은지 등 가늠할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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