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핵 위협으론 ‘정상국가’ 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2월 31일에 이어 새해 첫날에도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SRBM)를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지목하며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핵폭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2023년도 핵 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돌이켜 보면 김일성이 남침을 계획하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미국의 핵폭탄이었다. 일본이 핵폭탄 두 발만으로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항복했고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6·25 이후 김일성은 핵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고 1960년대부터 소련·중국 측의 도움으로 핵 기술 이전 및 핵 전문가 양성에 몰두했다. 1989년 12월 미·소 정상의 몰타선언으로 냉전체제가 해체되자 소련과 중국이 잇따라 한국과 수교했다. 특히 소련은 북한과 단교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
「 새해 첫날부터 방사포 도발 나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핵에 집착
IAEA에 재가입하고 도발 멈춰야
」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 개발에 더욱 집착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회피하기 위해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조성됐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면서 핵 개발 전면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몰래 파키스탄과 핵 기술 협정을 맺어 국제사회를 기만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NPT 협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핵무기로 사용 가능한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한다는 의심을 받자 2003년 1월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해 2차 북핵 위기를 초래했다.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경수로와 중유 지원을 이행하기 위해 만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해체되자 북한은 자력갱생 체제 강화를 내세우며 2006년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실험을 우려해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에 동의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2009년 2차 핵실험을 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공식적인 권력 세습과 동시에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 핵실험을 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경제발전에 의한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유훈을 달성한다며 핵을 협상 수단으로 이용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나왔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자 지난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했고, 조만간 7차 핵실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3대째 독재정권을 세습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 김일성 시대에는 경제개발을 위한 에너지 확보가 핵 개발의 목표였다면, 김정일 시대에는 대미 협상용으로, 다시 김정은 시대에는 핵 보유를 통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현행 NPT 체제에서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인정되는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뿐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 국가로 공식 인정받아 이들 5개 국가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안보 환경은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울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미사일로 도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3월 암호화폐 한 건 탈취로 6억2000만 달러(약 7800억원)를 챙겼는데, 지난해 상반기에 발사한 탄도미사일 31발 발사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이 보여준 행태는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절대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군사적 도발이 아니라 신뢰를 받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IAEA 재가입을 통한 NPT 체제에서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개혁·개방을 통해 안정적인 국제안보 환경 조성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국가로 가는 첫걸음일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원상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루 7억' 호날두도 명함 못내민다…'다이아 수저' 이 선수 누구 | 중앙일보
- '퀸연아' 없을 뻔 했다…'과천 빙상장' 만든 한 공무원의 진심 | 중앙일보
- 엉덩이 더듬고 브래지어 검사…태국 경찰 '성추행 논란' 무슨일 | 중앙일보
- 대전쟁으로 사람 죽는다? 노스트라다무스 끔찍한 2023년 예언 | 중앙일보
- 우즈도 쓰는 은밀한 무기…‘구찌’에 당하지 않으려면 | 중앙일보
- "칼바람 맞으며 26분 덜덜"…마을버스 요즘 뜸해진 이유 있었다 | 중앙일보
- 중학교 200등→고교 1등…내 딸 바꾼 ‘기적의 한마디’ | 중앙일보
- '블라인드'로 뽑은 신입, 나이가 40대 후반…면접관마저 놀랐다 | 중앙일보
- 장관·참모 출신 북적이는 문 사저…"민주당 위기 구심점 될 수도" | 중앙일보
- '삭발' 이승기 시상식서 했던 말…문체부 '불공정 계약' 칼 뺐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