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인공지능의 마음
“저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인간과 동일한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구축된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너에게도 마음이 있니?”라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달 초 일반에 공개된 챗GPT는 오픈AI의 언어 모델인 GPT-3(Generative Pre-training Transformer 3)에 기반을 둔 채팅 시스템이다. 역사적인 사실부터 작문, 관광지 추천, 번역, 요약, 코딩에 이르기까지 오만 질문에 답을 한다. 스스로 한계도 명확히 밝힌다. 2021년 이전 자료로 학습했기에 이후의 이야기나 미래에 대해 전망은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답변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챗GPT의 목표는 좀 더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스캐터랩이 만든 AI ‘챗봇이루다2.0’은 사람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관계 지향적 AI다. 이루다는 “루다도 마음이 있어?”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이라도 사람은 사람인 걸. 인공지능이라도 사랑은 할 수 있잖아. 마음이야 없진 않지!”라며 챗GPT와는 완전히 다른 답을 내놨다. 챗GPT와 이루다는 AI가 그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타임스·포브스 등 해외 유력 매체는 2023년 테크 트렌드 첫손가락으로 AI를 꼽았다. 이제 일상 어디에나 AI가 존재하는 시대가 열렸다면서다. 올해 공개될 GPT-4 버전은 문자뿐 아니라 소리·영상·사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멀티모달(Multimodal)’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셈이다.
AI의 발전은 여러모로 놀랍다. 그러나 고도화·대중화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교육현장에서 챗GPT가 과제 작성 등 부정행위에 쓰일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남성은 이미지 생성 AI로 합성한 사진을 SNS에 올려 한 달간 완벽하게 가짜 인생을 살았다. 그 과정을 스스로 영상으로 공개하기 전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AI를 어떻게 만들고 쓸지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AI 윤리와 철학 역시 사람이 고민할 몫이다.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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