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대 양당 독점과 대립의 정치 낳은 선거제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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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소선구제, 사표 많고 지역주의도 심화
충성 경쟁, 팬덤 정치 원인…권력구조 개헌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진영 양극화 등 갈등의 원인이므로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방법을 고려하자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선거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소선거구제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극심한 대립의 정치를 초래해 왔던 게 대표적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한 명만 당선되기 때문에 상대 정당과 후보를 최대한 악마화해 표를 얻지 못하게 하려고 애쓴다. 지지 기반이 큰 거대 정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양당 독점 구조가 반복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를 적으로 간주해 격돌하면서 의석을 나눠 갖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 왔다.
소선구제에선 유권자의 표심이 비례적으로 반영되지도 못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4명(43.7%)가량이 던진 표는 말 그대로 ‘사표’가 됐다. 2, 3위 득표자를 찍은 민심은 의회에서 대표되지 못한다. 해당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영남과 호남에서 자신들의 득표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해묵은 지역주의가 해소되지 못한 데에도 이런 선거제도가 한몫해 왔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정당 내부도 망가뜨린다. 공천을 한 명만 받으니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는 쪽에 충성 경쟁을 벌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경쟁이 벌어지고 민주당에서 팬덤 편승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이다.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고, 신진 정치인의 진출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한이 석 달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치권은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논의한다니 서둘러 개혁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가 30곳에서 시범 도입됐지만, 당선자 109명 중 소수 정당 당선자는 4명에 불과했다. 거대 정당이 제한 없이 후보를 낸 것이 원인으로 꼽힌 만큼 정당별 출마자 수 제한 등도 검토가 필요하다.
극단적 대립이라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없애고 협치를 복원하려면 선거제도 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권력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개특위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마련하고 의원 전원회의에 부친다니 이참에 개헌 논의에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 대선에 이어 새 정부 출범 내내 싸움만 해 온 여야는 이해득실을 내려놓고 정치개혁의 미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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