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의 영화 ‘수상한 그녀’…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뜬다
K콘텐트 세계로 간다 ⑨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 영화(2001)가 원작인 ‘물랑루즈!’는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식 개막, 2021년 토니상 작품상·남우주연상 등 10관왕을 휩쓸었다.
미국·호주·영국·독일을 거쳐 아시아 최초로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한국판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창작진이 직접 참여한 레플리카(원작의 음악과 안무·의상·무대·소품까지 그대로 재현) 뮤지컬이다.
그러나 로열티(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여느 라이선스 공연과 다르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투자했기에 전세계 흥행 수익 일부가 한국에도 돌아온다.
2003년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공동 제작사로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 CJ ENM은 2014년 ‘킹키부츠’를 시작으로 ‘빅 피쉬’ ‘보디가드’ 등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작품의 투자·협업 파트너로 발을 넓혀왔다.
CJ ENM 공연사업부에 2006년부터 몸 담아온 예주열(45) 부장, 최윤하(42) 프로듀서를 ‘물랑루즈!’ 한국판 개막 전에 만났다. 2017년부터 이 뮤지컬을 준비해왔다는 이들은 “해외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Q :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서 권한은 어느 정도 되나.
A : 최: “최종 의사 결정권은 오리지널 창작자와 리드 프로듀서에게 있지만, 기본적으로 협의의 과정을 거친다. 브로드웨이 현지 회의에 자주 참석해 유효한 의견을 낼수록 발언권이 커진다. 2014년 뉴욕 사무소를 열고 제가 가 있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Q : 공동 투자로 얻는 이득은 얼마나 되나.
A : 예: “투자 지분에 따른 수익, 그리고 투자 작품의 한국 공연권 확보다. 통상 신작 공연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1년에서 1년 반 가량 걸리고 이후부턴 계속 수익이 창출된다. 한국판 공연은 대부분 초연부터 수익을 얻는다. 최종 목표는 우리가 직접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리드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전체 공연분야의 76.2%인 4155억원을 기록했다. 최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 연간 매출이 2019년 기준 2조원이 넘는 데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지난 20년간 주목 받는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Q : K콘텐트 인기가 가져온 변화가 있나.
A : 최: “브로드웨이는 영미권 백인이 아니면 진입하기 힘든 보수적인 업계다. 처음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란 게 ‘핸디캡’으로 작용했는데 요즘은 ‘핫’한 프리미엄이 돼가고 있다.” A : 예: “한국 영화·드라마가 뮤지컬화의 대상이 됐다는 게 큰 변화다. 디즈니·워너브러더스가 자체 IP(지적재산)로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CJ도 그렇게 할 만한 IP와 자본력을 갖췄다. CJ ENM 투자·배급 영화 ‘수상한 그녀’의 경우 각본·연출을 한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한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기내에서 우연히 보고 반해 뮤지컬로 기획·개발 중이다. CJ 자체적으로도 한국 영화·드라마 원작의 뮤지컬을 두 작품 개발하고 있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백투더퓨처’, 마이클 잭슨 전기 뮤지컬인 ‘MJ’ 역시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조만간 한국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예 부장은 “뮤지컬은 잘되면 길게는 30~40년까지 롱런할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연하는 글로벌 뮤지컬을 기획·개발하는 게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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