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섭 주연 슬램덩크, 만화책 찢고 나왔다
‘농구 천재’ 강백호, ‘불꽃 남자’ 정대만….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농구 붐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1억2000만부가 판매된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이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56)가 직접 연출한 첫 작품이다. 연재 종료 26년 만인 지난달 일본에서 개봉해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원작 만화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인 1992년 처음 소개됐는데, 당시 심의규정에 따라 출판사인 도서출판 대원이 일본 지명·이름을 모두 한국식으로 바꿨다. 쇼호쿠 고교 1학년 사쿠라기 하나마치가 ‘북산고’의 ‘강백호’로 현지화됐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한국어 자막·더빙판 모두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
영화는 원작 만화 마지막을 장식한 전국 최강 산왕공고와 북산고의 최종전 경기를 상영시간 125분에 통째로 담아냈다. 선수들의 동작과 감정을 극대화한 화면 구도, 클로즈업 등이 실제 농구 중계 이상의 긴장감을 준다.
1998~99년 SBS를 통해 방영된 TV 만화영화판도 한 회 분량에 한 경기가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시합 장면 묘사가 세밀했다. 고교 시절 농구부 주장을 맡았던 이노우에 감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일본 개봉 당시 “내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했다”며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할 때의 타이밍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뉘앙스를 잘 전달하기 위해 영화 스태프들도 직접 농구를 배웠고, 농구 경기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은 이노우에 감독이 직접 리터치를 맡았다.
이노우에 감독은 일찌감치 극장판을 제안 받았지만 파일럿 영상이 생각과 다르다며 10여년 간 거절하다 2014년에야 수락했다고 한다. 영상 퀄리티가 “영혼이 들어가 있는 얼굴(표현)”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영화엔 원작 팬의 가슴을 뛰게 한 명대사도 쏟아져 나온다. 북산고의 농구부 풋내기 강백호가 주장 채치수에게 배워 읊조리는 슛동작의 비결 “왼손은 거들 뿐”부터 경기 중 선수 교체 지시를 거부하며 말하는 “영감님(북산 농구부 감독)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중략) 난 지금입니다” 등 만화를 안 봤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에 익은 대사가 많다.
원작 인기 캐릭터인 1학년 강백호·서태웅이나 3학년 채치수·정대만 대신 조연으로 인식돼온 ‘낀 학년’(2학년) 송태섭을 줄거리의 중심에 둔 점도 눈에 띈다. 최단신(168㎝)의 불리한 신체 조건을 타고난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극복하는 모습 뿐 아니라, 원작 만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장 배경도 그려냈다.
감독이 만화를 그렸던 때의 기억도 영화 연출에 활용됐다. 이노우에 감독은 영화사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만화에서 말 풍선을 채워 넣으면서 글자 크기나 말 풍선 모양, 위치 등에서 캐릭터 목소리의 크기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성우 녹음 디렉션을 할 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국어 더빙판에는 정상급 성우가 참여했다. 강백호는 ‘명탐정 코난’ 남도일 역의 강수진 성우, 서태웅은 ‘명탐정 코난’ 괴도 키드 역의 신용우 성우가 맡았다. 송태섭은 마블 시리즈 로키 역의 엄상현 성우가 참여했고, 강백호 친구 이용팔은 ‘슬램덩크’ 팬을 자처한 배우 고창석이 맡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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