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이재명 새해인사는 정부 겨냥 “민주주의 후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당 대표로 선출된 지난 8월 말 만남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서영교·임선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함께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1시간 30분가량 오찬을 하며 “신년인 만큼 건강을 잘 챙기시라”라는 인사를 건넸고, 김정숙 여사에게는 “한복 입은 모습이 보기 좋으시다”며 덕담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인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안보 불안 상황이 우려된다. 보다 단단한 평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당부했다. 이태원 참사도 언급하며 “진정한 치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참사 수습에 대한 정부 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를) 딱 집어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의혹과 ‘쌍·대·성’(쌍방울, 대장동, 성남FC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 힘을 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특히 현 정부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민생·안보 위기’ ‘민주주의 후퇴’ 등으로 규정한 데 대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평산 마을회관에서 사저까지 걸어가자, 한복 차림의 김 여사가 계단을 내려와 맞이했고 이어 문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회동이 마무리될 즈음 사저 안에서는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이재명 대표 힘내라” “여사님 사랑합니다” 등의 외침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저 주변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이재명 화이팅”을 연신 외쳤고, 이 대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화답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들이 민주주의 운운한 건 소가 웃을 일이다” “(사법리스크 피해보려는) 이 대표의 절박함이 안쓰럽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양산을 찾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해 첫날엔 한병도·윤영찬·윤건영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만났다. 방문했던 의원 중 한 명은 “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설 연휴까지 죽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양산이 향후 당내 위기관리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양산=정용환·위문희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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