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띄우고 국회의장 받았다…중대선거구제 탄력 받나
김진표 "승자독식 선거제 바꿔야" 화답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 취지에 공감대
'악마는 디테일'에…쟁점 첩첩산중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양극화의 해법으로 중대형선거구제 도입을 제시하면서 선거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2023년은 22대 총선을 한 해 앞둔 해로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해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준비 중이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의 구상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즉각 화답했다. 이날 시무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 국회의장은 "현행 소선거구 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해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인한 정치권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서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 회부해 3월 중순까지 내년 시행할 총선의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개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위원들이 1회 강독을 마쳤으며 이달 초 소위에서 운영계획을 확정해 2월 전에는 가시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동 중인 정개특위를 통해 논의가 있을 것이고, 그다음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에서도 선거제에 관한 의견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1명을 소선거구제와 달리,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선거구에 따라 3~4위 득표자도 당선이 될 수 있어,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소수정당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대형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통화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에 문제가 많다는 데 정개특위 여야 위원들 사이 컨센서스가 있다"며 "중대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보다는 조금이라도 진일보한 제도가 맞고, 여당 위원들도 논의에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막상 논의가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개의 선거구를 통폐합하거나 분구하는 현재의 선거구 획정도 합의가 안 되는데, 전체 선거구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꼬여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서울 등 대도시 일부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 수도권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한 선거구당 2인을 뽑는 중선거구가 많아질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원내 1·2당이 나눠먹는 형태로 기득권이 형성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관계자는 "선거를 1년 앞두고 전국의 선거구를 다시 만든다고 하면 어떤 의원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중대선거구제에 순기능을 인정하더라도 차차기 총선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한다면 모를까, 당장 22대 총선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총선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정치적 상황과 각 정당의 유불리 계산에 막혀 현실화되진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으나 국회의 반대에 막혔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야당 대표 시절 중대형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제를 혼합한 형태의 선거제를 제시했지만,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소수자들 진출이 가능하고 신인 진출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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