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말라"vs"장애인 망신"…전장연 시위, 14시간 대치 끝 해산
2일 오전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새해 첫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14시간 만에 종료됐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후 10시쯤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투쟁을!”를 외치고 해산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삼각지역 숙대 입구 방면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벌였다. 그러나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연대’ 회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전장연 회원들을 막아서며 곳곳에서 고성이 오갔다. 전장연이 “20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한국 사회가 문제 아니냐”고 외치자 정상화연대는 “장애인 망신시키지 말라”고 맞섰다.
오전 9시 10분쯤 전장연 활동가들이 승강장으로 이동하면서 혼란은 심해졌다. 마이크를 든 삼각지역장은 15~20초마다 기자회견을 하는 전장연을 겨냥해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전장연은 “5분 이내 지하철 탑승을 허용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라.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반발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열차에 탑승하려 하자 스크린도어 앞에 있던 공사 직원이 직접 탑승을 저지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을 탈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밝히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전장연 측이 역사 내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등 대치가 격렬해지자 지하철 4호선 전동차는 오후 3시 2분과 오후 8시 48분 이후 여러 편이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현장에 배치된 경찰을 향해 “폭력 경관 물러나라”고 외쳤다. 직장인 문현지(23)씨는 “문을 막아선 사람이 많아 다른 문으로 옮겨서 내렸지만 무서웠다. 길이 막혔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고 말했다. 캐나다인 제프리(24)는 “지금 이 열차를 탈 수 있냐?”며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시위를 반대하진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이런 형태의 시위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오후 10시 현재까지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총 13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앞서 전장연과 서울시 당국은 ‘5분 시위’를 두고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전장연이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 당국은 5분 이내 지연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도 2일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전장연이 총 82차례 진행한 지하철 내 시위가 대상이다.
경찰은 전장연 회원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총 30건 29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그중 27명을 조사해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12월에 고발된 사람 등 2명이 남았는데, 빠르게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3일 오전 10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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