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 빼고 규제 확 푼다…“거래절벽 다소 완화될듯”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부동산 규제지역을 모두 푼다. 극심한 주택 거래 침체가 경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1월 10일 서울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빼고 규제지역을 푼 지 두 달도 안 돼 추가 해제에 나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일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부동산 관련 규제를 몽땅 다 풀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급등세를 막기 위해 내놨던 각종 규제를 대거 푸는 것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전면 해제가 유력하다.
현재 투기지역으로는 서울의 ‘강남 3구+용산구’ 외에 강동·마포·영등포·노원구 등 11개 지역이 지정돼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액으로 부과하는 등 ‘징벌적 세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풀겠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양도세를 낮춰주는 효과를 통해 거래량부터 늘리겠다는 의도다.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구)·하남시 등이 지정돼있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도 해제된다.
정부가 빠르게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낸 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택시장 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 등 5곳을 뺀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는데, 당시만 해도 서울을 건드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8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할 정도로 급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집값이 급락한 곳이 규제 해제 대상이 되는데, 지난해 9~11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4% 하락했다(한국부동산원 조사). 이 기간 노원구(-6.36%)가 낙폭이 가장 컸고 도봉구(-6.31%), 강북구(-5.09%), 성북구(-4.97%), 은평구(-4.85%)도 서울 평균보다 많이 내렸다. 경기도에서도 규제지역이던 광명(-8.26%), 성남 수정구(-6.49%), 과천(-5.27%), 하남(-4.92%)의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다.
지난 9월과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0건 안팎에 그쳐 월간 기준 역대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1년 동안의 월평균 거래량이 6350건이었음을 고려할 때 극심한 ‘거래절벽’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 “투기지역 등 일부 규제가 묶여 있는 곳에 대한 해제 조치를 1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2일 신년사에서 “급격한 거래 단절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융 완화, 규제 완화에 속도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제 규제지역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다. 규제지역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문 정부 초기인 2017년 8·2 대책 때다. 당시 정부는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고, 강남권 등 서울 11개 구는 투기지역으로 옥죄었다. 이미 서울은 ‘조정대상지역’이란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뛰는 집값을 잡고자 규제지역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규제 강도를 높였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순으로 갈수록 대상 지역은 줄고 규제는 강해지는 게 특징이다. 시장에선 ‘규제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가 나왔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대출과 세제·청약·거래(전매제한) 등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에 관한 규제가 완화된다. 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청약 재당첨 기한은 10년에서 7년으로 각각 줄어든다. 양도세·취득세·종합부동산세도 크게 줄어든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70%로 완화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면서 서울시의 권한인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해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강남과 잠실 일대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기초단체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규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자가 집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주택시장에 숨통은 다소 트일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를 되돌리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양도세 등 세금 중과가 사라지는 만큼 대출을 받지 않는 자산가나 투자자가 집을 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의 서재필 을지공인 대표는 “얼어붙은 주택 수요를 녹이는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금리가 최대 7%대에 달해 수요자들이 집을 사는 데 여전히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 거래 절벽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고 집값 급락세가 진정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호·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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