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정착 먼 길

전효성 기자 2023. 1. 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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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앵커>

새해부터 식료품에 소비기한 표기제가 도입됩니다.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인데, 일부 식품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함께 이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30년 넘게 사용돼 온 유통기한이 올해부터 소비기한으로 바뀐다고요?

<기자>

네, 유통기한은 지난 1985년 도입돼 30년 넘게 활용된 제도입니다.

식품이 만들어진 날짜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까지 허용되는 기간이죠.

문제는 식품이 상하지는 않은거 같은데 유통기한이 지난 걸 발견했다면 `이걸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때문에 정부는 식품에 대해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최장 기한인 `소비기한`을 유통기한 대신 표기하기로 한 겁니다.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지는 음식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가 담긴 거죠.

<앵커>

환경을 생각하는 취지인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기간이 늘어나는 겁니까?

<기자>

제품군별로 다른데 기존 유통기한보다 20~50% 늘어납니다.

정부는 지난달 초 80개 품목, 최근에는 180개 식품 품목의 `권장 소비기한`을 제시했는데요,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한계기간에 품목별로 안전계수를 곱해 도출하는 구조입니다(품질안전한계기간×안전계수).

대표 사례를 보면 순두부는 최장 7일(14→21일)이 늘어나고요, 과일·채소가 들어간 주스는 15일(20→35일)이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은 연간 548만톤, 이걸 처리하는 비용만 1조원이 넘게 들고 있습니다.

소비기한제가 도입돼 버려지는 식품을 줄인다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앵커>

소비기한 제도가 자리잡으면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은 크게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식품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요?

<기자>

식품업체들은 아직 눈치를 보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식료품의 맛과 변질 여부에는 작용하는 변수들이 다양합니다.

우유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배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폐쇄된 냉장고에 보관 하는지 열려있는 냉장고에 보관하는지 같은 거죠.

이런 여러 변수를 종합해 어느 정도 최적화 해둔 게 유통기한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유통기한이 30년 넘게 활용된 제도니까 그런겁니다.

먹어도 탈이 안 나는 것과 최적의 맛을 내는 건 또 다른 얘기라는 거죠.

소비기한이 도입됐다고 해서 유통기한보다 확 늘어난 소비기한을 도입했다가 맛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면 고객층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소비기한을 기존의 유통기한과 동일하게 적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비기한을 도입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맛과 품질이 보장되기까지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인 거죠.

[A 식품업체 관계자: 먹을 수 있는 것과 맛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소비기한을 도입해서) 맛이 떨어지면 안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해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거의 동일하게 간다…]

<앵커>

소비기한을 적기는 적는데 기존의 유통기한과 차이를 두지 않는다, 결국 소비기한 제도의 실효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자>

제도가 안착되기까진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소비기한 도입을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문제는 이 기준이 시중에 나온 제품군을 모두 아우르긴 어렵다는 겁니다.

가령,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김치만 해도 브랜드와 그 브랜드에서 만드는 김치 종류가 천차만별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보면 김칫속 4종류, 김치는 1개 종류로만 구분해두고 있습니다.

결국 개별 업체들이 소비기한을 얼마나 늘려야 안전과 맛을 유지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B 식품기업 관계자: 개별 제품에 대해서는 업체에서 검증을 해야 하니까, 이걸 검증하는 시간이 걸리니까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는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같이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일단을 같이 설정을 해놓자…]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포장재도 애로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업체별 인기 제품은 상품 리뉴얼과 함께 제품 디자인 리뉴얼까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1년 이상의 포장재 재고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고요.

이걸 다시 만드는 것도 업체들로선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소비기한 도입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1년을 소비기한 도입 계도기간으로 설정해두기로 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워낙 오래 활용된 제도인 만큼 제도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예기간을 준 셈인데요.

앞으로 1년 뒤에는 정부가 원하는 식품 폐기물 감소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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