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임신 미뤄도 여전한 코로나19…새해에도 이어질 저출산 쇼크
워킹맘 박신영(36)씨는 지난해 연말 둘째 아이를 가지려다 해를 넘겼다. 추석 연휴 이후로 박씨와 남편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로는 연말 회식이 부쩍 늘면서 또 시기를 놓쳤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 박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도 않고, 더 미루면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며 “결국 남편이 이달부터 석달 육아 휴직을 내고 쉬면서 둘째를 가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3년 토끼띠 해에도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가파른 저출산 추세를 돌려세울 브레이크는 없는데,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0년 말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임신 유예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저출산 심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생아 수는 2만658명으로 1년 전보다 91명 줄었다(-0.4%). 월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15년 12월부터 83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룬 영향이 임신·출산을 차례로 미루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 경제적·심리적·사회적 영향 외에 물리적 영향(감염 우려)까지 더해졌다. 산후조리원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만 해도 2020년 30명에서 2021년 124명, 지난해 상반기에만 693명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11월 아들을 낳은 김모(35)씨는 출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로 결혼이 2020년에서 2021년으로 1년 미뤄졌고, 결혼한 뒤론 임신을 미루다 지난해 출산했다. 임신 기간엔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떡하나’ ‘백신은 맞아도 괜찮을까’ ‘산부인과에 자주 가도 될까’ 조마조마했다. 김씨는 “산후 조리원은 불안해서 예약했다가 취소하고 산후 도우미도 안 썼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아이 낳아 키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둘째를 가질 생각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구변동’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확진자 수가 급증한 때로부터 임신 기간(9개월)이 지났을 때 신생아 수가 크게 줄어든 현상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확산할 무렵에는 부부들이 아이 갖기를 피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2020년 대비 2021년 연간 신생아 수는 1년 새 4.3% 줄었다. 그런데 2020년 2월(1차 유행)과 비교한 같은 해 11월 신생아 수는 15.5%, 2021년 3월(3차 유행)과 비교한 같은 해 12월 신생아 수는 13%, 2021년 9월(5차 유행)과 비교한 2022년 6월 신생아 수는 12.5%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와 9개월 뒤 신생아 수를 비교해 감소한 비율이 2020~2021년 연평균 신생아 수가 감소한 비율보다 훨씬 컸다는 뜻이다.
연구원이 전국 25~39세 기혼여성 3486명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31.2%가 “코로나19로 출산을 꺼리게 됐다”고 답했다. 15.9%는 “코로나19 우려로 피임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신윤정 보건사회원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그대로인데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돌출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저출산 대책에 더해 일명 ‘코로나19 산모’를 고려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방역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임신·출산 방역 대책부터 촘촘히 짜야 한다”며 “임신부 수직 감염, 백신 접종, 산후조리원 안전성 등 임신ㆍ출산 관련 코로나19 정보를 명확히 전달해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늦춰진 결혼, 출산이 출산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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