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품격, LG 오지환 "다큐멘터리 출연료, 2군도 함께 나눠요"
선수단에 소정의 출연료 지급
오지환 제안으로 1~2군 나눠
"다 같은 한 팀, 모두 고생해"
LG 트윈스 오지환(33)이 다시 한번 '주장의 품격'을 입증했다.
LG는 2022시즌 동안 스포츠 다큐멘터리 'OUR GAME'을 촬영했다. 올해 2월 중순 공개 예정으로 더그아웃과 경기 중 선수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선수단이다. 훈련 모습이나 수훈 선수 인터뷰 등으로 카메라 앞에 선 선수들에게는 일종의 출연료가 지급된다. 1군 선수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출연료 정산 역시 이들 선수 위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주장 오지환이 발 벗고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이 1~2군을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도 있고, 2군에서 오랜 기간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서 출연료를 1~2군 선수들이 같은 비율로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군 선수들의 출연료가 절반씩 줄어들게 됐다.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이 고참 선수들과 상의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지환은 "선수단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큐멘터리 출연료는 1군 고액 연봉 선수에게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1.5~2군 선수에게는 적지 않은 연말 보너스다. 더군다나 '몸은 떨어져 있지만, 함께한다'는 느낌도 심어줄 수 있다. 오지환은 "선수단에 지급되는 억대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직업 야구 선수이다 보니 (동료들과 나누기로 했다)"라며 "선수마다 촬영 시간은 다르지만 다 같은 한 팀이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나눠 가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꾸준히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군산초-자양중-경기고 출신의 오지환은 자신의 출신교와 관계없이 잠신중-안산공고에 재능 기부 및 야구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팀 훈련을 돕는 구단 보조 요원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용돈을 준 미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팬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오지환은 2022시즌부터 LG 주장을 맡아 한 시즌 동안 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류지현 LG 감독은 "오지환이 주장으로 책임감과 품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자주 칭찬했다. 선수단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이끌며 신망도 두터웠다.
오지환의 희생 아래서 LG는 2022년 구단 창단 후 한 시즌 최다인 87승(55패 2무)을 달성했다. 오지환은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9 25홈런 87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남겼다. 30대 내야수로는 가장 많은 1167이닝(전체 6위)을 수비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입단 14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유격수 부문)를 품에 안았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 오지환을 붙잡아두기 위해 비(非) FA 다년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오지환은 "2군 선수들도 많이 고생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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