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NO 시드머니 YES"…퇴직연금 직접 굴리는 직장인들

김경희 2023. 1. 2. 17: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년차 직장인 A씨(42)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퇴직연금 재테크’다. 입사 당시 설정돼 있던 확정급여(DB)형을 확정기여(DC)형으로 전환해 자신이 직접 운용할 계획이다. 집값은 내려가고 대출은 받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해 새 주택 마련에 보탤 생각도 있다. A씨는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현재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처럼 퇴직연금을 ‘퇴직목돈’으로 생각하고 직접 운용해보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한 건수는 2019년 5만197건에서 2020년 13만7248건으로 급증했다. 2021년 11만9636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9월 기준 8만26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만 건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DB형과 DC형의 가장 큰 차이는 쉽게 말해 돈을 굴리는 주체가 누구냐다. 회사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는 건 DB형,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운용해 큰 수익을 내거나 반대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건 DC형이다. 이외에 이직하거나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을 개인 계좌에 적립해 운용하는 건 개인형퇴직연금(IRP)이라고 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DC형 가입자는 352만8935명(51.6%)으로 DB형(312만7550명, 45.7%)보다 40만 명 이상 많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줄곧 DB형 가입자가 더 많았지만 2019년부터 역전됐다. DC형 증가 배경에는 임금피크제, 52시간 근로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임금이 줄면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 DB형보다 DC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각되는 DC형의 장점 중 하나는 DB형과 달리 중도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내 집 마련 시기인 3040 세대에게 특히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 10명 중 8명(81.6%)은 집 문제 때문에 퇴직연금을 깬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30~40대였다. 주택 구입이 목적이라는 응답자가 54.4%, 전세 보증금 마련 같은 주거 임차가 목적인 경우는 27.2%였다. 집 때문에 중도인출을 했다는 비중 또한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는 “최근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DC로 전환하고 싶다는 상담 문의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퇴직연금은 정부가 노후 보장을 위해 여러 가지 세제 혜택을 줘가며 운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테크 관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부동산이 더 안정적인 노후 수단이라고 판단한다면 말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0년 29조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1년 295조원으로 11년 새 10배나 커졌다. 시장에선 2030년까지 440조원대 규모로 확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노후를 맡겨도 되느냐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민 이사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 보니 연금으로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중도인출 요건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로자의 재산권 행사를 막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개인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은퇴자산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