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중장년층 “노인은 69.4세부터”…적정 노후생활비는 277만원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부부의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277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산다면 이 비용이 330만원으로 올랐다. 부부가 나란히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꼬박 부어도 매달 평균 손에 쥐는 돈은 약 196만원(1인 98만원) 정도라 노후 부담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노인의 나이는 69.4세로 기준(65세)보다 4.4세 높았다.
2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8월 1일~11월 23일 전국 50세 이상 4024가구(6392명)을 대상으로 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50세 이상인 사람과 그들의 배우자에게 경제 상황, 건강, 노후 준비 등에 대해 묻는 것으로 2005년부터 격년으로 실시한다.
50대 이상 중·고령자에게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가정할 때 평범한 생활을 하는데 흡족한 비용을 물었더니 부부는 월 277만원, 개인은 177만3000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는 적정 생활비를 부부 330만1000원, 개인 205만3000원으로 각각 답해 광역시(279만9000원, 173만9000원)나 도 지역(258만7000원, 170만1000원)보다 노후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성보다 남성이,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적정 노후 생활비로 제시한 금액이 더 컸다. 연령별로 보면 50대는 부부 306만8000원, 개인 198만3000원이라고 답했지만, 80대 이상은 226만8000원, 144만원으로 응답해 연령이 높을수록 기대치가 낮아졌다.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 등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뜻하는 ‘최소 노후 생활비’는 부부 198만7000원, 개인 124만3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58만2000원 정도로, 개인 최소 생활비의 46.8%가량을 겨우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부부가 같은 연금을 받는다면 116만4000원 정도 돼 부부 최소 생활비의 절반을 조금 넘게(58.6%) 충당할 수 있다.
20년 이상 연금 보험료를 부었다면 매달 97만9000원 정도를 탄다. 부부가 20년 이상 가입했다면(195만8000원 가량) 그나마 최소 생활비의 98.5%를 채우지만 적정 생활비는 70.7% 충당하는 수준이라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한신실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만으로도 최소한의 노후 생활비를 만족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응답자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69.4세로 나타나 노인복지법 등 관련 법률이 정하는 기준(65세)보다 4.4세 많았다. 연구팀은 “60대까지는 자신을 노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70대 이후로는 대부분 자신을 노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 노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조사 대상자의 절반 훨씬 넘는 62%가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부터라고 답했다. 이어 ‘근로 활동 중단’(21.2%), ‘공적 연금이 지급되는 시기’(9.2%), ‘회갑 이후’(3.6%),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는 시기’(3.4%), ‘첫 손자 또는 손녀를 보는 시기’(0.5%) 등의 순이었다.
노후 생활비 마련(다중응답) 방법을 물었더니 기초연금(25.6%), 자식·친척 등에 받는 생활비·용돈(19.4%), 국민연금(15.2%), 배우자의 소득(11.0%) 등의 순이었다. 경제적으로 도움받고 싶은 사람은 자녀 및 손자녀(47.2%), 사회단체 및 정부(37.4%), 배우자(15.2%) 등을 꼽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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