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닭 키우고 달걀 팔았다"…이웃돕기 성금 낸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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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4명 부안 백련초, 달걀 판매로 48만 원 기부
"아이들이 직접 닭을 기르고, 달걀을 팔아 기부하는 것 자체가 본인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전교생 14명인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판 돈을 모아 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 있는 백련초등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 고동호(48) 교사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이들에겐 점심시간에 닭장에 가서 알을 꺼내는 게 제일 큰 기쁨"이라며 "닭에게 물과 모이도 주고, 닭장에서 꺼낸 달걀은 계란판에 담아 학교 1층 복도 테이블 위에 둔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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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3만 원 기부 이어 두 번째 선행
백련초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27일 학교에서 고사리손으로 모은 달걀을 판매한 수익금 48만6000원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2021년 같은 방식으로 13만 원을 기부한 데 이어 두 번째 선행이다.
백련초에서 학생들이 닭을 키운 건 2020년 가을부터다. 고 교사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료 교사들과 협의한 결과 시골인 데다 생태 쪽으로 봤을 때 닭을 기르는 게 아이들 정서상 도움이 될 것 같아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백련초에는 유치원생 5명, 초등학생 9명이 다닌다. 교사는 영양교사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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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엉이 공격에 30마리씩 없어지기도
하지만 교사도, 학생도 닭 사육 경험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 교사는 "처음엔 울타리만 치고 닭들을 풀어놨다"며 "하늘이 막혀 있지 않으니 매가 와서 닭을 잡아가거나 부엉이가 날아와 한 번에 30마리씩 없어지기도 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구리와 족제비 공격은 물론 쥐 피해가 특히 커 닭장을 지으려고 마음먹었다"며 "지금도 쥐 공격을 막으려고 닭장 바닥을 탄탄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2021년 6~7월 교사들 도움을 받아 지붕이 있는 새로운 닭장을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사다 페인트칠까지 했다. 비용은 학교가 댔다. 고 교사는 "아이들이 어떤 닭장을 만들 건지 고민하고, 나무를 자를 때 옆에서 잡아주고 재료도 옮겨줬다"며 "교사와 학생이 협업해 닭장마다 표지판을 만들고, 닭 이름도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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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얹은 복층식 닭장 지어…50마리 키워
복층식으로 지은 닭장은 모두 4개다. 하나당 가로 1.6m, 세로 4m 규모다. 암탉이 바닥에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알을 낳는 구조다. 학생들은 유치원,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각각 닭장을 나눠 관리한다. 현재 청계·백봉오골계·토종닭 등 50마리가량을 키우고 있다. 대부분 암탉이고, 수탉도 6마리가 있다.
고 교사는 "달걀 한 판이 채워질 때마다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거나 교직원이나 외부에서 온 손님이 한 판당 1만 원에 사 간다"며 "사육 초기엔 (달걀 30개) 한 판을 채우는 데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닭이 많아져 알이 바로바로 모이는 등 안정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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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서초와 통폐합…"닭장 옮겨서라도 사업 이어갈 것"
그는 "닭장을 만든 뒤에도 도중에 보완할 점이 생겨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해왔다"며 "아이들은 학교 요리 실습실에서 달걀을 이용해 요리할 수 있고, 달걀을 파는 경제 활동에다 기부 활동까지 이어져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47년 공립학교로 문을 연 백련초는 내년에 인근 하서초와 하나로 통폐합된다. 초등학생 수가 10명이 안 돼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닭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고 교사는 "올해 말쯤 두 학교 교육 구성원끼리 협의할 때 닭과 닭장을 하서초로 옮겨서라도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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