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 풀코스 21번 완주한 65세 마라토너

황동환 2023. 1. 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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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산 최현수씨... "마라톤은 삶의 축소판, 달릴 때마다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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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환 기자]

 최현수 마라토너. 환갑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두 달 전 열린 춘천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완주했다.
ⓒ 황동환
 
"내가 살아왔던 과정을 다 느낄 수 있다. 구간구간마다 나와의 싸움이다. 그렇게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운동, 그게 마라톤이다."

바야흐로 백세시대라지만, 65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과 두 달 전에도 '42.195㎞'를 달린 최현수 마라토너가 전하는 이야기다. 그는 젊은 사람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마라톤 풀코스를, 그것도 스물한 번이나 완주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첫인상은 정 많은 이웃집 어머니였지만, 마라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어떤 운동선수보다 단단해 보였다.

최 마라토너는 마라톤에서 삶을 반추하고, 다시 일상에서 마라톤을 회상한다. 마라톤과 삶, 이 둘은 달려온 거리와 달려갈 거리만 차이가 있을 뿐,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기쁨, 좌절과 행복, 고난과 극복의 순간들은 매한가지다. 그에게 마라톤은 삶의 축소판이고, 삶이 곧 마라톤인 셈이다.

47세에 시작한 마라톤
 
 홍순성·최현수 부부. 남편은 마라톤선수로 활약하는 아내의 든든한 후원자다.
ⓒ 황동환
 
마라톤과의 인연은 지난 2004년 '예산마라톤클럽'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남편 홍순성(71)씨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과 함께 농사와 조경일을 하면서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영을 했던 것이 마라톤에 입문할 때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의 권유가 큰 힘이 됐다. 그때 나이가 47세였다."

연습장소는 신암~대산아파트 8㎞ 구간과 관작리 외곽도로를 따라 도고~신암다리~탄중리를 거쳐 무한천둔치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선택했다. 집 근처 산을 오르는 방법으로도 훈련했다. 주중엔 남편과 함께 일하고,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달리는 연습을 했다. 

2004년 보령에서 열린 임해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10㎞를 뛰었던 경험은 지금도 또렷하다. 바닷가를 뛰면서 차오르는 숨을 참고, 힘든 구간을 견디며 완주했던 경험이 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마라톤이 쉽지 않은 운동인데, 뛰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삶을 돌아봤다"며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생각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면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 마라토너는 15년 동안 10㎞, 20㎞, 하프, 풀코스 등 크고 작은 수많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42.195㎞ 풀코스를 21회 완주한 서울마라톤,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등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2007년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주경기장 인근을 지나면서 스타디움을 볼 때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극복했을 때 성취감에 희열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잘 살았구나'하는 감회도 밀려왔다."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 올려
 
 2022 춘천마라톤대회에 함께 참가한 동료들.
ⓒ 황동환
 
지난해 10월 남편과 함께 참가한 춘천마라톤은 더욱 각별했다. 그는 "충분한 연습없이 참가했다. 그 때문인지 17㎞쯤 지났을 때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포기하려는 순간, 근처에서 국화 세 송이와 그 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을 발견했다. 얼른 벌 3마리를 잡아 벌침을 놓고 다시 달려 5시간 23분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남편 홍씨도 "나는 10㎞ 단축마라톤을 먼저 끝내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쥐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이 상한다며 말렸지만 봉침 응급조치를 하면서 결국 완주했다. 중간중간 다리를 풀면서 뛰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거들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다 몸 상태까지 좋지 않은데도 끝까지 완주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춘천마라톤은 10회 완주하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데, 그 대회가 10번째였다. 풀코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2019년 10월 같은 대회도 비가 내리는 중 완주했다. 기록이 4시간 20분이다.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조절을 하면서 완주했다는 경험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남편 홍씨에 따르면 우리 지역에서 여성마라토너로서 최 마라토너처럼 많이 뛴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클럽회원들과 함께 아스팔트 위를 누빈다. 

"노인복지관을 출발해 수철리 한바퀴를 돌아 다시 노인복지관으로 돌아오는 20여㎞ 코스인데, 클럽회원들이 즐겨 연습하는 구간이다. 도로가 달리기 좋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면서 바라보는 경관도 좋다"고 추천했다. 

두 달 전 대회를 마지막으로 마라톤경기 도전을 그만둘 생각인지 묻자 "지금은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또 달리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년 4월 열리는 '윤봉길전국마라톤대회'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예당저수지 주변을 마라톤코스로 활용하면 마라톤 활성화뿐만 아니라 예산홍보도 잘 될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다. 해안도로를 내듯이 주변 도로를 마라톤 구간으로 조성하면 가능할 것 같다"며 "마라톤에 입문한 이상 힘이 있을 때까지 회원들과 함께 예산마라톤이 잘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 싶다. 윤봉길전국마라톤대회가 그 어느 대회 못지 않게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최 마라토너는 당진시 송악면이 고향이다. 1982년 결혼하면서 예산에 정착했다. 두 자녀와 손자들을 둔 할머니이자, 지금도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여성마라토너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가장 큰 변화로 "뛸 때마다 매번 어렵다는 것을 체험하지만, 그 과정을 극복하고 완주했을 때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화됐다"며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농사도 잘 됐고, 가족들도 다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 아쉬운 점은 없었다. 올해도 건강하게 하는 일이 소망대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새해 덕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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