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친구의 초대장, 섬에 모인 사람들의 꿍꿍이

김동근 2023. 1.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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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김동근 기자]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포스터
ⓒ 넷플릭스
 

살면서 의도치 않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라고 부를 수도 있고, 동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특히나 성인이 되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주 깊어지기 쉽지 않다.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 관계에 종속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모임 멤버 중 한 사람에게 권력과 돈이 생겼다. 이런 사람이 등장한 순간 그 모임의 평등한 관계는 조금씩 깨져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이는 그 관계를 깨지게 만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한 친구를 중심으로 작은 섬에 모인 사람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우연히 관계를 맺게 되는 모임친구들의 이야기다. 마일스(에드워드 노튼)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 중에는 연예인도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마일스의 특이한 파티 초대장을 받아 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에 모인다.

일종의 퍼즐을 풀어야 주어지는 파티 초대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이 영화의 첫 장면을 채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거워 보인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장면
ⓒ 넷플릭스
 

마일스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작은 섬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곳에서 추리게임을 벌이려고 한다. 여기에는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라는 명탐정도 포함되어 있다. 블랑은 사실 마일스가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대장을 받았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섬에 도착했다.

각 인물들은 블랑이 왜 왔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에는 마일스가 어떤 파티를 열고 어떤 게임을 할지 궁금할 뿐이다. 처음 등장하는 마일스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이 넘친다. 조금은 거만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돈과 시간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영화는 마일스가 초대한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씩 보여준다. 이제 퇴물이 되어가는 연예인 버디(케이트 허드슨), 총리 일이 힘에 부치는 클레어(캐서린 한), SNS스타 듀크(데이브 바티스타), 사업을 하는 라이오넬(레슬리 오덤 주니아) 그리고 마일스의 사업 파트너였던 앤디(자넬 모네) 등은 마일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친구들이다. 하지만 각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리극 속 반전과 인물들의 관계

마일스는 처음 이 친구들을 만날 때만 해도 거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앤디의 아이디어를 통해 큰돈을 벌면서 지금은 큰 손이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마일스가 부르면 그곳으로 간다. 자신들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일스가 그들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섬에 초대된 인물들은 모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게 있는데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마일스는 그 상황을 무척 즐긴다. 그러니까 마일스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로 다른 친구들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중반에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이 밝혀진 후에 본격적으로 추리극이 시작된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가 조금은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명탐정 블랑이 가지고 있는 비밀과 친구들이 가진 비밀이 풀리는 중반 이후에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작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추리극은 다양한 인물들의 알리바이와 생각을 추적하게 만들면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장면
ⓒ 넷플릭스
 

블랑이 풀어내는 건, 살인 사건의 배후이기도 하지만 각 인물들 간 관계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추리극의 형태에 사회적 관계의 진짜 모습과 약간의 사회고발 성격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아둔다.

탐정 블랑 역을 맡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매력적이다. 그만의 색깔을 입힌 블랑은 이 영화 전체에 생동감과 매력을 불어넣는다. 2019년에 개봉했던 전작 <나이브스 아웃>에서 처음 소개된 탐정 블랑은 이번 속편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 블랑의 설명과 강력한 말투 그리고 몸짓이 인상 깊다.

무척 매력적인 탐정 블랑과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전작 <나이브스 아웃>의 세계관을 가지고 와 새로운 추리극을 만들어냈다. 이야기 자체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탐정 블랑이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되는 설정이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영화 제목의 글래스 어니언은 유리로 만든 양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양파의 껍질을 계속 까는 것처럼 영화는 다양한 껍질을 벗겨내며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마일스를 중심으로 모인 각 인물들의 변해가는 심리를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명탐정 블랑과 함께 각 인물들에 대한 추리를 완성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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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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