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꾼 OK금융그룹 주장 차지환

김효경 2023. 1.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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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 사진 한국배구연맹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주장 차지환(27)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OK금융그룹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7-25, 25-23, 25-21)으로 이겼다. 9연승을 달리던 대한항공을 멈춰세우며 2연승을 달렸다. 승점 30점(10승8패)째를 따낸 3위 OK금융그룹은 2위 현대캐피탈(승점 36)을 바짝 따라붙으며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OK금융그룹은 최근 위기를 맞았다. 날개공격수 조재성이 불법 병역 면제 문제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오히려 팀은 안정됐다. 조재성이 빠진 뒤 연승을 달렸다. 중심엔 차지환이 있었다. 레오와 조재성은 공격에 집중했고, 차지환이 리시브를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조재성이 빠지고 수비가 좋은 박승수가 들어오면서 차지환의 부담이 줄었다.

독주 체제를 굳히던 대한항공을 상대로 차지환은 6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5점을 올려 레오의 공격 부담을 줄였다. 차지환은 "대한항공에게 3-0 패배를 처음 안겼다고 들었다. 기분 좋다. 우리가 준비한 배구를 잘 해내 만족스럽다"고 했다.

차지환은 국내 날개공격수 중 최장신(2m1㎝)이다. 점프력도 좋아 블로킹에 능하다. 대한항공전에서도 4개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차지환은 "진상헌 선배가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의 습관을 알려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로 4년차였던 지난 시즌 차지환은 날개를 펼쳤다. 데뷔 후 가장 많은 398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도 56.14%를 기록했다. 올해는 주장까지 맡았다. 7개 구단 주장 중 가장 어리지만 후배 박승수가 "선배들과도 대화를 잘 한다. 좋은 주장"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다.

하지만 개막 직전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 뼛조각까지 발견돼 시범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리시브를 받지 못해 교체당한 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과 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살아났다.

차지환은 "그동안 내가 리시브를 잘 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불안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리시브 범위가 줄어드니까 안정감이 생기고, 공격도 잘 됐다.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OK금융그룹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 사진 한국배구연맹

차지환이 주장을 맡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소통이다. 차지환은 "동료들끼리 감정을 상하지 않고, 하나가 되게 만들고 싶다. 모든 선수가 잘하면 좋지만, 잘 안되는 선수도 있을 수 있는데 더 끌어주고 싶다"고 했다.

차지환이 주장이 되면서 OK금융그룹은 달라졌다.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차지환은 "주장으로서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사소한 대화, 말 한마디라도 더 하려 한다"며 "요즘은 감독님 지시가 있기 전에 선수들끼리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고 한다. 부용찬, 황동일 형이 앞장선다. 전력분석 팀에서 선수들끼리 잘 해서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남자 배구는 최근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대회 성적을 토대로 인기를 모은 여자 배구와 달리 대표팀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 세대교체중인 대표팀으로선 좋은 신체조건과 패기를 갖춘 차지환 같은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 올해 가을엔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차지환의 활약은 소속팀은 물론 한국 배구에도 큰 힘이다.

안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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