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상용, 정원

이명환 2023. 1.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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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의 콘텐츠는 김상용 시인의 이다.

그러나 나지막한, 얌전한 집의 향이 남이요, 거기 아담한 뜰이 곁들여 있으면 내 마음은 달라져 문득 선망을 금치 못하니, 정원에 대한 애욕은 도시 천생의 내 업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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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의 콘텐츠는 김상용 시인의 이다. 글자수 726자.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거리를 나서면 초라한 내 집에 비해 너무 거만한 고루대하가 내 시야를 어지럽힌다. 이런 때에 위압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그 과대광적 거구를 민소해, 내 청빈을 자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지막한, 얌전한 집의 향이 남이요, 거기 아담한 뜰이 곁들여 있으면 내 마음은 달라져 문득 선망을 금치 못하니, 정원에 대한 애욕은 도시 천생의 내 업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뜰과 인생’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니 이를 사랑하고 갈구함은 인간 자연의 성정이 아닐까. 인생의 안식처를 가정이라 하여 집과 뜰을 연결해 놓은 데 이미 무슨 심비한 의미가 은장 된 듯도 하다. 뜰 없는 집은 사실 내외 불화 이상으로 살풍경일 수 있다.

널찍한 뜰, 거기 몇 주의 고목이 서고 천석의 유아가 있고 화초마다 곁들여 심어졌다면, 사람이 누리는 부로 예서 더 큰 것이 없으리라. 그러나 어떻게 그런 큰 복을 바랄꼬. 세 평만 뜰 앞에 두어도 평생을 즐기기에 족하니, 한 평에 정향과 산사를 심음으로써 오월의 향훈을 맛보고 반 평에 국화를 가꾸어 유연히 남을 볼 수가 있다.

나머지 평반에는 반드시 상추와 쑥갓과 실파를 기를 것이니, 복중 한나절, 일 뒤의 땀을 씻고 찬밥과 고추장의 진귀를 얼마나 호화롭게 상미할 것이요. 세 평 정원의 진취를 각기 제 집에서 즐길 수 있게 하므로 이 세상 범죄와 타락의 반감을 보증할 수 있다는 허망 아닌 내 신념인지라, 개나리 피려는 계절을 당해 감히 삼평 정원 개유론을 주장하는 바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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