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BR 1/4수준...대출 줄이고, 배당 늘려라"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2일 국내 7대 상장 은행지주를 상대로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위한 주주행동에 돌입했다.
대상은행 지주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곳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날 해당 은행들에 일제히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고, 다음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방침을 공정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주주행동을 벌여 이수만 SM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결별을 이끌어낸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주주행동을 이끌고 있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그간 대한민국의 상장 은행들은 예외 없이 해외의 주요 은행 대비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려왔다"며 "오랜 노력으로 해외 유수 은행에 비견되는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을 갖췄음에도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들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평균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로 수준으로, 이는 평균 PBR 1.3배에 이르는 주요 해외 은행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교 대상인 해외 은행은 미국 JP모건과 BofA, 웰스파고, 씨티그룹, US뱅코프, 싱가포르 DBS, OCBC, UOB, 대만 메가파이낸셜 홀딩스 등 10곳이다.
더구나 국내 은행주의 이러한 가격은 장부가치의 단지 3분의 1만을 시가총액으로 인정받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주요 해외 은행들은 PER 9.5배에 거래되는 반면 한국 은행들은 3.1배에 머무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러한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경쟁적으로 자산 규모의 빠른 성장을 계속해서 추구한 국내 은행들의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정책과, 그의 결과물로서 규모가 부족하고 가시성도 낮은 주주환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에서 2022년 3분기까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위험가중자산을 연평균 8.6%씩 성장시킨데 반해, 해외 은행은 3.1% 수준이었다.
반면 해외 은행이 2021년 한 해 평균적으로 당기순이익의 64%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동안 국내 은행의 총 주주환원율은 24%에 불과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적으로 약 10%정도이고 PER이 약 3배로 저평가된 상황에서는 대출자산 성장에 추가적인 자본 1조를 투입할 때 겨우 3,000억 (1조원 x ROE 10% x PER 3배)에 불과한 가치가 주주에 귀속되므로 이는 비효율적인 자본배치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금액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으로 주주에게 환원한다면 1조원 전체가 주주에게 귀속되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얼라인 파트너스는 이러한 주주환원 없이 은행주가 저평가 상태를 지속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은행과 같이 정상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지분가치는 104조원으로 약 78조원 규모의 국부 손실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들이 앞으로 대출 성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자본비율을 지금보다 유지 혹은 개선하면서도 매년 최소 당기순이익 50%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공개 서한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들이 답변이 없거나 주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답변을 할 경우, 다가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에 관한 주주제안을 진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 대표는 "금번 캠페인을 통해 주주환원 합리화와 함께 그간 과도했던 대출자산 규모 성장 경쟁을 완화시켜 대한민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과도한 레버리지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얼라인파트너스는 오는 9일 오후 4시, 주주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의 캠페인 페이지 등을 통한 공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이번 주주행동에 대해 국내외 은행 투자자, 애널리스트, 언론, 은행 관계자 등에게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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