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반도체투자 유치만이 묘책 아냐…기술 구현 등 한계"
첨단기술 적용 불투명·인력 문제 등 지적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이 반도체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발맞춰 기업들이 미국에 약속한 반도체 투자만 2000억달러(약 252조4000억원) 가까이 된다면서도 투자 만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묘책(silver bullet)'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투자를 선언한 것이 미국 내 산업적인 측면에서 마냥 도움만 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우선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NYT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봄 이후 미국 전역에 35개 회사가 약 2000억달러 투자 약속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금은 애리조나, 뉴욕 등 16개 주에 23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9개 공장을 확장하며 공장 장비 추가 공급 등에 사용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시설 건립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지원법 등을 제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527억달러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지원법에 서명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미 반도체 제조기술 컨소시엄 세마테크의 대니얼 암브루스트 전 회장은 NYT에 "이러한 (투자) 쓰나미는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반도체 전통의 강국으로 1950년대에 시작된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패권을 내어주면서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이 1990년 37%에서 최근 12% 수준으로 점차 내려왔다. 2020년 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정부가 50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비중이 1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렇듯 투자만 한다고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NYT는 "업계에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노력이 일부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 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책 '칩 워(반도체 전쟁)'를 출간한 미국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는 NYT에 "(미 정부의 엄청난 투자에도)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는 데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만 수년이 소요되며 이를 가동하더라도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투자 계획을 취소할 수도 있으며, 잇단 반도체 공장 건설에 관련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 TSMC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2024년부터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2026년부터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하지만 이미 TSMC는 대만에선 3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면서 "2025년엔 TSMC 대만 공장들이 애플에 2나노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 등에 투자 약속을 하면서도 최신 반도체 공정은 미국으로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NYT는 "TSMC 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기업들도 미국에 더 진보된 기술을 가져올지 불확실하다"면서 "삼성전자도 텍사스에 있는 새 공장에 1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생산 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는 "지난 2년간 미국 자동차 업계가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영향을 줬던 구형의 간단한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마저도 여전히 공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력도 문제다. SIA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생산 기업과 공장에서 27만7000명의 반도체 인력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간에 이 인력들을 고용하는 것이 미션이 될 전망이다. NYT는 "반도체 공장은 기술자, 전기·화학 공학과 같은 분야의 숙련된 과학자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반도체 업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재 부족'이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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