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발라폰·젬배·둔둔 연주 손에 익자 낯선 서아프리카가 내 곁에

한은정 2023. 1.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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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프리카(Africa)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혹시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로 알고 있지 않나요.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입니다. 아시아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있듯, 아프리카엔 모두 54개의 국가가 있고 각 나라마다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죠. 그런데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보면 아프리카 소재 특정 국가를 대신해 아프리카를 고유 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데요. 우리가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음악 가문의 73대 그리오 출신 아미두 디아바테(가운데)에게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배워봤다.


국내외 청소년들의 문화 이해를 돕는 청소년 문화교류 특화 시설인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는 최근 ‘미지, 판을 잇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출신 멘토와 함께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며 서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배워보는 자리였죠. 생소한 이름의 나라 부르키나파소와 서아프리카에 대해 궁금증을 안고 소중 학생기자단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먼저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가르쳐줄 멘토, 아미두 디아바테를 만났죠.

아미두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내륙국 부르키나파소 음악 가문의 73대 그리오(Griot) 출신으로, 5살 때부터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연주해온 음악가입니다. 그리오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음악 스토리텔러를 뜻하는 말로 전통‧역사‧가치를 보존하고 노래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전승자 역할을 하죠. 아미두는 본인이 연주하는 악기는 모두 만들어 사용할 만큼 남다른 감각을 가졌고, 발라폰‧젬배‧둔둔‧토킹 드럼‧칼레바스‧고니‧코라 등 거의 모든 서아프리카 전통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해요.

발라폰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아미두. 아미두는 개인적인 공연 외에도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아프리카 음악을 가르치고 서아프리카 음악과 그리오(젤리)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교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연규원 학생모델이 서아프리카에도 가나‧나이지리아·세네갈·토고 등 다양한 나라가 있는데 나라마다 음악의 특징이 많이 다른지 궁금해했죠. “아프리카는 너무 커서 다 알 수가 없어요. 부르키나파소만 봐도 63개 말을 쓰는 63개 종족이 있는데 다 음악이 달라요.” 한국‧중국‧일본 다 아시아지만 언어와 음악이 다른 것처럼 아프리카도 언어 때문이라도 음악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죠.

아미두는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소수 종족인 시아무족으로, 대대로 시아무족의 그리오를 맡은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죠. 김채량 학생기자가 그리오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고 했어요. “영어‧프랑스어로는 그리오, 우리는 젤리라고도 해요. 왕 옆에서 조언자 역할도 했는데 음악을 연주하면 음악을 듣고 왕이 일어나요. 마을에 큰일이 있다면 노래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했죠. 결혼식이나 아이가 태어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연주하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음악으로 위로하고 기도합니다.”

젬배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아미두.

서아프리카에서 그리오는 시인이자 영혼을 달래는 음악가이고, 이야기와 음악으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농사일을 할 때 음악으로 힘을 주고, 부족끼리 싸울 때 다독이는 말과 연주로 싸움을 멈추게 하는 중재자 역할도 해요. 우화‧속담으로 인생의 가르침을 전하고, 노래와 이야기로 수천 년의 역사를 전하는 없어선 안 될 존재죠.

그는 13세부터 전문음악인으로서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부르키나파소 국가예술경연에서 발라폰 연주자로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아미두의 마을에 공연자를 물색하러 왔을 때, 우연히 오디션을 보고 10년 전 한국으로 왔다고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음악 가문의 73대 그리오 출신 아미두 디아바테(가운데)에게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배워봤다.

가수 '3호선 버터플라이' 출신 성기완과 함께 아프리카 정통 리듬과 뉴트로 신스팝 사운드를 결합한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트레봉봉'으로 활동했고, 개인적인 공연 외에도 경기도 부천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아프리카 음악을 가르치고 있죠. 서아프리카 음악과 젤리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교류하는 아프리카음악젤리문화연구소 티아모뇽도 운영합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뮤지션 아미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죠.

부르키나파소는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으로, 수도는 와가두구(Ouagadougou)입니다. 아미두의 고향은 2006년 기준 인구 2만3356명이 거주하는 오로다라(Orodara)로 망고‧히비스커스‧시어버터가 주로 생산되는 곳이에요. 사진 자료를 통해 망고나무와 빨간색의 히비스커스가 재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또 흙으로 만든 집과 나무 밑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놀고, 야외에서 음악을 듣는 모습,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그곳을 직접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미두의 음악 활동도 사진과 영상으로 볼 수 있었죠. 최근 이태원 참사 사고가 났을 때 아미두가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공연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춤과 노래가 힘을 주는 원동력인데요. 기쁠 때뿐만 아니라 슬플 때도 춤과 노래가 항상 있다고 했죠. “매일 저녁 집 근처 야외에서 발라폰 갖고 연주해요. 연주 시작되면 사람들이 점점 오고 집에서 젬배‧둔둔 갖고 와서 같이 연주하며 춤추는 사람도 있어요. 이게 페스티벌이죠. 매일 항상 모여서 음악 연주하고 춤춰요.”

발라폰 담당 김채량 학생기자(위 사진)와 젬배 담당 연규원 학생모델이 박자에 맞춰 리듬감 있게 연주하고 있다.

설명을 들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아프리카 악기 연주에 도전했습니다. 현장에는 발라폰‧젬배‧둔둔‧자바라(마라카스)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김채량 학생기자는 발라폰 연주를 해보기로 했어요. 발라폰은 건반타악기로 약 13세기경 말리제국 설립 즈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죠. 17세기경 유럽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마림바‧실로폰 등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아래에 놓인 호리박에 의해 소리가 증폭됩니다.

생소한 악기를 앞에 둔 채량 학생기자를 향해 아미두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죠. “음악은 마음이에요. 나도 한국 장구‧꽹과리 어떻게 치는지 몰라요. 그래도 맞춰서 쫓아간다 생각하면 할 수 있어요.” 먼저 아미두가 시범을 보여줬습니다. “원 투 쓰리 포, 하나 둘 셋 넷, 딴 띠 뚜뚜 딴 띠 뚜뚜, 의자 너무 뒤로 앉지 말고 가까이 와서 해봐요.” 그대로 따라 연주하다 보니 어느새 영롱한 소리가 ‘딴 띠 뚜뚜 딴 띠 뚜뚜’ 울려 퍼졌습니다.

젬배 담당 연규원 학생모델이 박자에 맞춰 리듬감 있게 연주하고 있다.
절구통 모양을 한 나무통에 가죽을 로프로 튜닝해서 만든 젬배는 보통 손으로 두드려 연주한다.

연규원 학생모델은 맨손으로 두드려 연주하는 악기인 젬배를 맡았죠. 먼저 젬배를 아래쪽 비어 있는 부분이 공명될 수 있도록 살짝 기울여서 무릎 사이에 끼웁니다. “세수할 때처럼 손을 오므려서 치면 됩니다. 엄지손가락으로 잘못 치면 아프니까 엄지손가락으로는 치지 마세요.” 젬배는 3가지 소리를 낸다고 했죠. 가운데를 손바닥으로 때리면 둔중한 울림이 나는데 이것을 베이스(Bass)라고 합니다. 가장자리 부분을 손가락 전체로 때리면 톤(Tone)이라 해서 중간 높이의 소리가 나고, 가장자리 부분을 손가락 끝 마디로 때리면 슬랩(Slap)이라고 하며 가장 높은 소리가 나죠.

둔둔은 원통형 나무에 양쪽 모두 가죽을 씌워서 로프로 튜닝하고 북채·스틱으로 연주한다.

둔둔은 젬배 옆에서 함께 연주되는 북으로 원통형 나무에 양쪽 모두 가죽을 씌워서 로프로 튜닝하고 북채‧스틱으로 연주합니다. 크기에 따라 중간음을 내는 상방, 소프라노의 킨키니, 베이스의 둔둔바로 나뉩니다. 자바라는 속이 빈 박의 겉면에 구슬‧조개껍데기 등을 실로 엮어 감싼 악기로 박의 목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실의 끝부분을 잡아서 위아래로 흔들며 연주해요. 다른 악기들과 합주할 때는 주로 템포가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역할을 하죠.

박의 목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실의 끝부분을 잡아서 위아래로 흔들며 연주하는 자바라.

심플한 박자로 간단한 연주만 하는데도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발라폰‧젬배‧둔둔 각자 연주하다가 다 같이 화합을 이루며 동시에 연주까지 꽤 오린 시간 멈추지 않고 치고 두드려야 했죠. ‘빠 뚬뚬 빠 뚬뚬 빠 뚬뚬 빠 뚬뚬, 따따따따따’ 어느새 팔이 뻐근해졌어요. 연주에 맞춰 아미두가 ‘아자라비요~ 아자라비요~’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 내 사랑이라는 뜻이에요. 같이 해요!” 여러 명이 같이 음을 맞추고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르니 이곳이 어느새 아미두의 고향, 부르키나파소의 오로다라 마을이 된 것만 같습니다.

평소 악기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SNS를 보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유호정(서울 자양중 3) 학생은 “어려웠지만 평소 접할 수 없는 생소한 악기를 배워볼 수 있어 새롭고 좋아요”라고 했죠. 이동혁(경기도 동화고 1) 학생은 선생님의 추천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국제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참여했는데 평소 몰랐던 서아프리카와 가까워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밖에 참여한 학생들은 “악기 두드리니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재밌었고 더 많은 리듬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요”라고 소감을 밝혔죠. 여러분도 우리 주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새롭게 배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의 ‘미지, 판을 잇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아미두에게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평소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서아프리카 악기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어요. 아미두 멘토님이 전통 악기들을 직접 만드신다는 걸 듣고 놀랐죠. 수업을 하며 각자 역할을 맡아 다 같이 합주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저는 발라폰을 연주했는데 발라폰이 연주에서 이끌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셨죠. 음계를 반복하며 치는데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젬배는 조금 익숙한 악기였지만 발라폰과 둔둔은 생소한 악기였는데 소리가 너무 좋았죠. 발라폰 아래에 있는 박이 스피커 역할을 한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프리카의 악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다른 전통 악기들도 더 알아보고 싶어요.
-김채량(서울 석촌중 1) 학생기자

낯설고 생소한 서아프리카 음악은 어떤 세계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미두 선생님의 멋진 연주를 듣고 ‘과연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죠. 손을 이용하여 젬배를 연주했는데 아미두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 덕에 처음에 들었던 걱정은 말끔히 사라지고 쉽게 연주할 수 있었죠. 열심히 치고 나니 손바닥이 매 맞은 듯 얼얼했는데 오히려 온몸에 전율이 흘러 기분이 좋았습니다. 박자에 맞춰 리듬감 있게 연주하다 보니 저도 덩달아 흥이 올라 어깨를 들썩였죠. 또 발라폰의 음색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소리가 마치 실로폰과 피아노의 조합 같았습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아프리카 문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연규원(서울 내곡중 1) 학생모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채량(서울 석촌중 1) 학생기자·연규원(서울 내곡중 1)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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