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두 교황과 두 대통령

이동훈 2023. 1. 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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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그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제는 하늘 아래 두 교황이 공존할 수 있는가로 모인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살아생전 퇴임이 무려 6세기만에 생긴 일인 데다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파와 진보파로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명예 교황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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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2019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그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제는 하늘 아래 두 교황이 공존할 수 있는가로 모인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살아생전 퇴임이 무려 6세기만에 생긴 일인 데다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파와 진보파로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실감나는 연기가 실제의 두 교황과 매우 닮았던 것도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두 교황은 바티칸에서 며칠간 함께 지낸다. 교회에 대한 생각부터 음악 취향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끝없는 논쟁과 대화 끝에 차츰 마음을 열고 절충점을 찾는 거로 결말이 난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 세계엔 두 태양이 떠 있는 듯했다. 베네딕토 16세의 행동은 퇴임 후 사색과 학술 연구를 하며 세상에서 숨어지내겠다고 한 맹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본명인 요제프 라칭거 대신 교황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 교황의 상징인 흰색 의복을 고집했다. 사제의 성추행 등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고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가능성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프란치스코 의견에 맞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보수파를 대변하기 위한 건지, 세상에서 잊힐 걸 우려한 건지는 종교학계 연구과제다. 전문가들은 그간 명예 교황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3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에 연하장을 공개해 구설에 올랐다.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합니다”라며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문구 때문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잊혀진 삶을 살겠다던 문 전 대통령이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될까 봐 불안한 모양”이라며 “퇴임후 보낸 연하장에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못된 습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논평했다. 우리도 전직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모종의 규정이라도 만들 때가 된 건 아닌지 벽두부터 씁쓸하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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