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서울시장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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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과 점심을 함께했다.
함께 국회로 돌아가던 중 그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머뭇했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사퇴한 뒤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 스토리까지 갖추고 정치 무대에 등장했던 그였다.
3선 서울시장이자 시민운동 대부였으나 정치인이 아니었던 그의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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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과 점심을 함께했다. 함께 국회로 돌아가던 중 그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머뭇했다. “커피나 한잔할까요?”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 앉아 30여분간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그는 별다른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커피숍을 나설 때도 편치 않아 보였지만 대선판 여의도에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별스럽지 않게 작별 인사를 했다.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등록 첫날이었던 다음 날 박 시장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 인사는 이 얘기를 할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었다. 박 시장의 결정은 무엇보다 3% 수준의 지지율이 결정타였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사퇴한 뒤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 스토리까지 갖추고 정치 무대에 등장했던 그였다. 그러나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그가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낼 역량도 방법도 없었다. 3선 서울시장이자 시민운동 대부였으나 정치인이 아니었던 그의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떠난 자리엔 2021년 지방선거 보선을 통해 공교롭게도 오 시장이 돌아오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5선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말치레일 뿐 대망론이 없을 리가 없다. 그가 중점 추진한 정책은 크게 부동산과 복지로 축약된다. 박 전 시장이 막아 놓았던 재개발·재건축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대폭 풀어줬다. 과거 같았으면 부동산 투기 조장으로 비판받았겠으나 부동산 폭등세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급 부족, 주택 노후화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평가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운도 좋았고, 이를 안착시킨 행정력도 인정할 만하다.
부동산이 보수 지지층에 대한 구애 성격이 강하다면 복지 정책은 야권을 긴장시킬 정도로 공격적이다. 오 시장은 서민 임대주택의 고급화·다양화를 추진 중이다.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는 서울시가 처음 짓는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 500가구가 들어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그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고급화하되 가격은 낮추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하후상박형 저소득층 소득보장제도인 안심소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이처럼 서울을 테스트베드 삼아 대선 공약용 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대권 가도에 안착했다고 보긴 어렵다. 서울시장의 행정력은 복잡다단해지는 외교전, 미증유의 상황에 처한 글로벌 경제 구도에 영향력을 드러내기 어렵다.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정책은 시민 친화적이고, 오랜 기간 남을 유무형의 자산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중교통 혁신과 청계천 복원을 성공시킨 뒤 후임 시장들은 그 이상의 것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시민 주도의 거버넌스 확립 같은 풀뿌리 행정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것과 정치 체급을 키우는 건 다른 일이라는 걸 우리는 박 전 시장의 3% 지지율에서 확인한 바 있다.
과거 안철수 같은 정치 신인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행정력과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은 복잡해지는 국정 상황, 지지층 세력화 대결로 치닫는 여야 대치 속에서 한동안 서울시장의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려울 것 같다. 정설로 여겨졌던 ‘서울시장=대선 후보’ 법칙은 아직도 유효할까? 오 시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부동산·복지정책, 약간의 랜드마크 건설로 대선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새해 정치인 서울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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