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무기화 위협에도 中 회복세 2분기 뚜렷해질 것”
야오양(姚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 경제가 올해 2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를 꼽으면서 일부 정치인이 경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넘어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경제 회복이 더뎌지는 것 아닌가.
“코로나19 파동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봐야 한다. 현재 중국의 코로나19는 북방에서 남방으로 퍼지고 있다. 베이징은 이미 최고점을 지났고 상하이와 저장성 항저우 등도 1~2주 후면 정점을 찍을 것이다. 1월 말이면 대부분 도시가 안정되겠지만 일부 지방은 3월까지 갈 수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는 그다지 좋지 않고 2분기부터 비교적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 연간 5.5~6% 성장을 달성할 것이다.”
-새해 중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와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최대 과제는 소비를 늘리는 일이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수출 환경도 악화할 것이므로 소비쿠폰 발행 등 소비 진작에 주력해야 한다. 소비가 5% 증가하면 연간 경제 성장률 5%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 위험 요인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이 쓰이는 칩은 아직 14나노미터 이상이어서 중국 반도체 생산에 큰 영향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통제 범위를 40나노미터, 80나노미터로 확대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행태는 불합리하며 현존하는 모든 국제 규칙 위반이다. 중국은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반격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 배제는 미·중 양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해가 된다.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협의체 ‘칩4’에 동참하면 대중 반도체 수출이 제한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시장을 잃는 것은 한·미에 모두 불리하다. 미국은 어떤 근거로 한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못 하게 하는가. 이는 완전한 강도 논리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 경제와 민영 기업의 발전이 부각됐다. 반독점과 공동부유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민영 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플랫폼 기업 지원 문제가 언급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반독점은 끝났다고 본다. 적어도 플랫폼 경제에 대한 감시 감독으로 회귀하는 캠페인식의 반독점 규제는 없을 것이다. 또 공동부유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부유는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이며 민영 경제 장려와 충돌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민영 경제 발전을 장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뇌관으로 지목되는데.
“지방정부 채무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동안 경제가 침체했기 때문에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외부에서 중국의 채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중국의 부채는 모두 정부 부채라는 점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한·중 경제 협력의 바람직한 방향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한바탕 화를 내는 것뿐이다. 경제는 경제로 정치는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한·중 간에는 합작할 분야가 많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말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한국 정부는 무엇이 자국에 이로운 일인지 독자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일부 정치인을 증오한다. 그들은 경제를 정치화할 뿐 아니라 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은 수십년 전 쿠바 경제를 봉쇄하고 이란을 제재했다. 성공했는가? 지금은 중국에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역사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최근 일본 언론들이 ‘중국은 영원히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다. 2020~2022년 3년 평균 4.4%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잠재성장률 5.5%에 도달한다면 2030년까지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인구 고령화를 문제 삼지만 중국의 노동인구 비율은 경제 대국 중에서 가장 높다. 중국의 고령화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
-국제기구들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중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동아시아의 주요 생산 네트워크였고 유럽 경제 성장의 엔진 중 하나였다. 이제는 점점 더 많은 개발도상국이 중국 시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수요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전 세계 절대다수의 지역 경제도 같이 발전할 것이다.”
야오양 원장은
야오양은 2012년 11월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NSD) 원장에 취임해 중국의 제도 변화와 경제 성장을 분석해왔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발전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코넬대 경제사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2006년 베이징대 10대 교수로 선정됐다. 해외에서 유학한 경제학 박사 6명이 1994년 설립한 NSD는 중국 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싱크탱크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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