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북한, 단호하게 대비하자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초대형 방사포를 쏘면서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제와 그제 사거리가 400㎞인 방사포 네 발을 쏜 뒤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전술핵을 다량 생산하고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밝혔다.
북한이 연초부터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기를 전면에 강조한 것은 새해에 남북을 한층 대결적 구도로 몰고가려는 의미다. 올해엔 북한이 전술핵 본격 생산을 위한 7차 핵실험과 미국 견제용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예상된다. 한반도 긴장 국면은 가팔라질 전망이다.
북핵은 매우 위험하지만 역설적으론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자신들의 핵은 방어용이라던 북한은 지난해 4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우리에 대한 사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지난해 9월에는 ‘핵무력 법제화’와 핵무기 사용을 위한 군사교리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미는 핵우산이 포함된 강력한 확장억제력으로 북핵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 사용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 경우 자신들 역시 상상을 초월한 확증 파괴의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김 위원장 얘기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다량 만들려면 운영·유지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는 더욱 내구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의 주민소득은 2016년에 비해 지난해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올해에도 나오지 않은 것도 내부 사정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벌써 4년째다. 김 위원장이 주민에게 내놓을 비전과 대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강조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 우리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우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 실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유사시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능력도 조기에 확보하고 훈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실시간에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미사일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성찰하고 대화에 나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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