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놓은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이동철 2023. 1.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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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회계투명성 거론하며 노동조합 힘 빼 기업 이익 지키려는 정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안이 공개됐다. 연구회는 지난 12일 권고안을 통해 우선 개혁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연공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윤석열 정부에 권고했다. 노사관계의 정치화를 막겠다며 노조 운영의 투명성 보장이나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에 대해서도 법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향후 정부와 여당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과제를 제도화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영역(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으로 나눠 살펴본다. <기자말>

[이동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 12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제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를 시작으로 노동개혁이 정치권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핵심 축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었는데 노동개혁의 핵심 논쟁이 순식간에 노조의 회계투명성 문제로 바뀌었다.

시작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노조 재정운영 투명성' 강조 발언이었다. 이어 여당 국민의힘에서 노조의 회계감사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으로 강화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입법 지원에 나섰다. 숨 쉴 틈도 없이 26일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와 상급단체 약 250곳에 대해 2023년 1월 말까지 재정 운용에 대한 서류를 비치하도록 하고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요건을 구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회의 권고문 발표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보름 이상 숨 가쁘게 몰아붙인 노동개혁 핵심 목표는 노동조합의 힘빼기다. 윤석열 정부는 전체 노동자의 약 14%가 가입된 노조가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느라 85%가 넘는 나머지 노동자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노동자를 갈라치기 한다.

노조의 대표성 약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

이러한 사전 작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본격화할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노사관계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조의 대표성을 약화 시키고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 확대, 그리고 집단행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윤석열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시행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해당 임금체계의 개편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이뤄지는 직종이나 직군의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묻고 효율적으로 기업이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 한다.

표면적으로 해당 직종 노동자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실은 사용자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주체가 강력한 반대세력인 노조에서 개별 노동자로 바뀌고, 그 수도 전제 노동자에서 일부로 축소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제도 변경에 부담을 덜게 된다. 반대로 노동자로서는 기업의 필요에 따른 연장근로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음으로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서만 논의 할 수 있는데, 노사협의회 등을 대표기구로 격상시켜 노조의 힘을 빼려 할 것이다. 회사와 노동자들이 근로조건과 관련해 교섭하다 결렬되었을 때 노조는 파업을 비롯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협상력으로 삼아 사용자에게 부담을 줘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시킨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이러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회사와의 협상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사업장 점거 제한을 법제화 하고, 노조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제도화 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령을 통해 노조설립과 운영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사업장 점거는 쟁의 행위 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에 보다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행 노조법 아래서도 주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노동자의 출입이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면 징역 3년 이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인정하는 부분적 점거까지 금지한다면 사측에 명확하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사 간 분쟁 상황에서도 사용자는 조업을 계속하며 노조의 요구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나 CJ택배 물류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에서 보듯 사업장 점거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실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의 교섭 거부 등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사업장 점거 제한 법제화는 노사 힘의 균형에 기여하기 보다는 기업의 교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노동조합 부패 프레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편향적 경제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약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 기업은 다시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높이 치솟는 금리와 전쟁,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기업의 수출과 수익이 급감하면서 벌써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그래도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노조는 위기의 책임은 왜 언제나 불균형하게 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지를 따지며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강요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힘을 빼려는 핵심적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11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 권우성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때릴 때마다 한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은 왜 올라갈까. 윤 정부는 노조를 개혁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치밀하게 개혁의 추진 동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기업의 이해에 충실한 보수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기존 노조에 불만을 지닌 MZ세대 노조를 묶어 내는 것을 기본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기업 노동자를 대상으론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운동으로 인해 연장근로 수당이 줄었다'며 선동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내부 혁신 및 노조활동 방향의 대폭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노조의 필요성이나 정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노조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약 22%에 그쳤다. 노조가 간부나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답이 약 46%를 차지했다. 조사 당시 국민들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향후 노조의 활동 방향(30.1%)으로 주문했다. 당시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노조가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47.4%)이라고 답해 노조가 지나치게 근로조건 개선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기업과 부자에 편중된 세제를 바꾸기 위한 사회 개혁적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러한 국민의 지적에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과연 직장 내 상사의 부당대우가 근절되길 바라고, 노동자의 의견이 수렴되는 기업 경영 문화 정착을 원하는 MZ세대의 요구를 노조 활동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 미조직 취약 노동계층의 임금체불과 부당한 직장 갑질에 도움을 주고 일하는 보편적 시민의 노동권 향상을 꾀해야 할 과제를 직장 갑질 119같은 시민단체의 헌신적 활동에 맡겨 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볼 시점이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있는가도 노조가 반성할 지점이다. 연장근로가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든 근로시간 단축 운동에 반감을 갖는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의 대의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소득 보전의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통상임금 확대를 통해 연장근로를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기획했으나 법률 대응 능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노조만 혜택을 본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노조는 과연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노조는 향후 왜곡된 언론의 노조혐오 프레임으로 잘못 알려진 노조의 활동에 대한 오해는 풀고, 부족한 정책 대안은 가다듬어 노조로 묶이지 못한 85%의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관련기사]
- 전경련 건의서 내용과 일치... 기묘한 윤 정부의 제안 http://omn.kr/21zds
- 청소노동자 부천 양씨와 김포 정씨의 차이, 왜 생겼을까 http://omn.kr/221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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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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