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준예산 체재 돌입...'갈 길 먼 예산' 심의
민주당, 본예산 선제조건으로 '수정예산안', '비서실장 해임'내 걸어
본예산 가결시 시민반발 더 커질 듯
고양특례시, 사상초유의 준예산 체재돌입
고양특례시가 결국 2023년 본예산을 시의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준예산 체재에 돌입했다.
이동환 시장은 지난 30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2023년 새해를 준예산 체제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장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어 "2023년도 예산안은 고양의 가능성과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낸 희망이자 미래"라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고양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루빨리 예산안을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본예산이 시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새해부터 준예산으로 시정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1일 시에 따르면 준예산 체제 아래에서는 시의 각종 사업 지연과 중단이 예상돼 민생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설장비, 도로응급복구, 청소용역 등 긴급한 재해복구에 한계가 생길 뿐 아니라 각종 용역사업의 인건비 지급이 불가해 근로자들의 생계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교량보수보강, 도로보도정비, 배수펌프장 시설정비 등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재난대응 시설비의 예산집행도 불투명해졌다. 각종 계약사업의 시행이 늦어져 관내 중소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초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던 예산조기집행도 어려워 졌다. 학교교육 관련 지원도 법령과 조례상 임의규정으로, 준예산 대상에서 제외돼 교육 현장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준예산으로 발생되는 피해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선결처분권'발동도 고려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9일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에게 긴급한 예산의 경우 선결처분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선결처분권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의거,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으로서 지방의회가 의결되지 않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의회의 의견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의해 우선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이 시장의 '불통'을 지적하며 본예산 선결 조건으로 삭감된 '민생' 부문 예산을 되 살린 수정예산안을 집행부에 제시했다.
민주당 의원들...본예산 선결 조건으로 '수정예산안', '비서실장 해임'내 걸어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시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준예산으로 가게 되어 시민들께 죄송하다. '불통' 시장에게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산 수정안을 제안함으로써, 시민들의 대의 기관으로 성실히 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예산안에 대해 "시는 민주당과 그 어떠한 협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민생 정책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과 상관없는 정무적 판단으로만 민생 예산을 무자비하게 삭감하는 등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김미수 민주당 대표의원은 "이 시장이 민생예산 삭감에 대해 시민들의 절박함을 관행적이고 단순한 '복지 포퓰리즘'이라 칭하며 소통할 생각이 없는 편협한 인식을 드러냈다"며 "본예산안이 발표된 이후 시청 인근에서는 수많은 시위가 반복됐다. 어린이집 교사 1000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주민자치, 대안교육기관 등을 비롯한 각 단체의 성명서가 발표되고 1인 시위들이 이어졌다"며 "시장은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집행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예산 심사의 선결조건으로 올 예산에서 삭감된 복지·민생과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 등 시민을 위한 예산을 증액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고양페이 지원 184억△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지원 12억1050만원 △아동보호시설 호봉제 도입 6억8545만원 △어린이집 처우개선비 2억7900만원△대안학교 지원비 2억 △주민참여위원회 1억2370만원 △평화통일 교육전시관 9500만원 △친구야 책방가자 사업비 7억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 운영 8800만원 △남북협력 및 평화인권증진사업(기금) 9억원 등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된 예산들이다.
민생·주민자치 외면한 집행부..경제 활성화 위주 예산 시민 반발 불러
고양시의 2023년 본예산안이 알려지면서 지난 19일 고양시 시민단체 연합이 '2023년도 고양시 자치·공동체 예산 재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고양시의 2023년도 자치·공동체 관련 예산 대폭 삭감은 지방자치의 발전에 명백히 역행할 뿐 아니라 관련 조례 등 여러 법규를 위반하는 처사"라며 "마중물로 주는 자치활성화사업 예산을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삭감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양풀뿌리공동체도 "2023년도 고양시 자치와 공동체 관련 예산 다시 수립하라"는 성명을 통해 고양시의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이 "단순 복지 포플리즘 방식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양풀뿌리공동체는 "2022년 고양시의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예산은 17억 7천만 원이었으나 2023년 예산안에는 4억 4527만 원이 책정되어 75% 감액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2022년 예산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억 8천만 원인데 2023년 예산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는 인건비의 50%밖에 되지 않아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자치활성화사업은 2022년 24억 5천만 원이었으나 2023년 예산안에는 55% 감액된 11억 원이 책정되었으며, 주민자치과 예산도 2022년 총액 154억 5609만 원에서 2023년 62억 9356만 원으로 줄었다.
고양시 어린이집연합회도 2023년 예산안에서 보육교사 처우개선비와 아동보호시설 호봉제 도입예산 등 전액 삭감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1천여명은 지난달 30일 보육예산 삭감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어 학부모, 교사 등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이 시장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다.
준예산체제 한계, 시민불편 초래..본예산 심사는 언제 쯤?
민주당 의원들은 본예산 선결 조건으로 수정예산안과 비서실장 해임 촉구 결의안을 이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신청사의 조속한 건립 △행정절차가 완료된 성사혁신지구 완성 △행신동 평생학습관 및 장애인종합복지드림센터 차질없는 추진 △통일자료정보센터 원안 진행 등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을 제대로 진행시킬 것을 요구했다.
김미수 의원은 "이 시장이 의회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것 아닌가? 간부들에게 미루지 말고 의회에 참석해 책임있는 답변과 자세를 보여달라"주문했다. 이어 "제시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장이라도 본예산 심의에 들어 갈 것"이라며 "세부 예산은 본예산 심사를 통한 상임위별 추가 요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내년도 본예산안 총2조9963억 원 가운데 78.5%인 2조3544억 원을 준예산으로 편성하고 1일 시의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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