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인 북한군 서열 1위…南 무인기 탐지 실패로 해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를 해임하고 이영길 국방상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당이 군을 지휘하는 당국가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 일가’를 제외하고 군 관련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1일 지난달 26일부터 엿새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문제'(인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해임하고 이영길 동지를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선거"했고 "박정천 동지를 소환하고 이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줄기찬 투쟁을 전개하여 우리의 강세를 더욱 확실하게 하고 강대무비한 군사력을 키운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 인민의 크나큰 자부"라며 지난해 국방 부문의 성과에 대해 칭찬했다. 그런데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보도한 영상은 이런 평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영상에선 박정천이 조직 문제를 놓고 손을 들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의 해임 사실을 명시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여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천의 해임을 두고 일각에선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서울 침범해 대응해 정부가 무인정찰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보내며 '맞불 작전'을 펼쳤던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합참은 무인기를 MDL 너머 북한 지역으로 올려보내 정찰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을 총괄하는 박정천이 경계 작전의 실패를 책임진 것일 수 있다"며 "작전을 담당하는 이태섭 총참모장이 사회안전상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사실상 경고 차원의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교체된 박정천이 주로 포병에서 경력을 쌓은 데 비해 이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통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북한은 이날 군 관련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영길의 진급으로 공석이 된 국방상에는 강순남 노동당 민방위부장 겸 당중앙군사위 위원이, 민방위부장에는 오일정 군정지도부장이 임명됐다. 또 박수일 사회안전상이 군 총참모장으로, 군 총참모장이었던 이태섭이 사회안전상에 임명되면서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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