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차 정점 찍은 中, ‘춘제’발 재확산 공포
최소 14개국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
中 “ 오미크론 하위 변이 유행, 변이 검출 안 돼”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서 오는 22일 설 명절인 춘제(春節)발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지역의 감염세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연휴 기간 도시 노동자들이 대거 고향으로 이동하면서 코로나가 지방으로까지 급속도로 번질 수 있어서다. 고령자가 많고 백신 접종률은 낮은 데다 의료 시설이 열악한 지방은 코로나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오는 8일부터 해외 입국자 격리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전 세계에서 중국발 여행객 차단 조치는 확산되고 있다. 모로코는 중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에 대한 입국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인들은 “지난 3년간 중국 입국을 제한했던 데 대한 보복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장원훙 상하이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주임은 인터뷰에서 “상하이는 지난 22일부터 코로나 감염자가 정점에 도달했고 현재 감염자 수는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2490만명 주민 중 이미 절반 가까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그는 “1000만명 중 0.5%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가정하면 5만명이 입원했다는 것”이라며 “대형 병원마다 수천명을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자 중 중증 환자의 비율이 낮지만 감염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코로나 개방 초기에 겪었던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 7일 국내 방역을 완화한 이후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되면서 감염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어졌고 감염 후 폐렴과 호흡부전에 의한 사망만 코로나 사망으로 인정하는 방식 탓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코로나 정보를 파악할 수 없게 된 지방정부들은 자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쓰촨 하이난 저장 등 10여개 성 지역이 지난 2주 동안 코로나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쓰촨성은 지난 24일 기준 전체 주민의 6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고 겨울철 관광객이 몰리는 하이난성은 30일 기준 감염률이 50%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체 조사도 수일에 한 번 설문 방식으로 실시돼 현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달 전부터 코로나가 확산한 쓰촨은 감염률이 80%로 추정되는 베이징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정부는 “신규 발열 환자와 발열 환자 중 코로나 감염자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단기 정점이 지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위안단(元旦·1월 1일)과 춘제 연휴 기간 새로운 파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는 새로운 변이 출현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질병예방통제센터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최근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 감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WHO는 중국에 감염병 상황과 백신 접종 현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실시간 정기적으로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유전체 염기서열과 입원 및 사망자 수 관련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측은 오는 3일 ‘코로나19 진화에 관한 기술 자문그룹’(TAG-VE) 회의에서 염기서열 분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설명할 예정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아직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쉬원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소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2와 BF.7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7개도 모두 오미크론 하위 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발 입국자에 별도 방역 규제를 하는 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로코 외교부는 오는 3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한 사람은 국적에 관계없이 입국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매년 중국인 수 만명이 중동을 경유해 모로코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태국 필리핀 등 최소 14개 국가가 중국발 관광객 입국 후 코로나 검사를 하거나 음성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을 논의할 방침이다. 올해 EU 순환 의장국인 스웨덴은 31일(현지시간)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해 전체 회원국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회원국 보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오는 8일부터 해외 입국자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관련해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EU의 주축인 독일을 비롯해 포르투갈, 오스트리아는 입국 제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유럽에선 중국 여행객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공동 대응이 현실화할지는 불분명하다. 유럽 내 공항 500곳을 대표하는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 지부는 “중국발 승객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과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새로운 변이는 공항의 폐수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도 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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