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中싹쓸이에 '1인 3통'만?…일각 "가수요만 더 키울 것"
황수연 2023. 1. 1. 17:34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국내에서도 감기약 사재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약국 구매 수량 제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주 초 공중보건위기대응위원회를 열어 감기약 판매 제한 수량 등을 논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공중보건 위기대응법 제19조에 따라 공중보건위기대응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 대상이 되는 의료제품의 판매처·판매량·판매조건 등에 필요한 유통개선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국민 불안을 부추겨 가수요가 늘 수 있고 여러 종류의 감기약을 특정 기준으로 제한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과 함께 ‘제4차 감기약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판매 수량 제한 등 감기약 사재기 근절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스크와 자가검사키트의 경우와 유사한 구매 제한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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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 초 판매량 제한 여부 논의
이는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유행으로 감기약 사재기 정황이 나타난 것과 관련이 크다. 최근 경기도 하남시에서 중국인이 여행용 가방에 감기약을 60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현지 약국 전수 조사를 하기도 했다. 당국은 “600만원 어치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기약 대량 구매 문의가 있었던 정황 등이 포착돼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다.
의약업계에서는 정부가 구매 수량을 제한하게 된다면 복용량 등을 고려해 포장단위 기준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8시간 이알(ER) 서방정(한국얀센)’은 1박스에 6정이 들어있는데 1일 3회 2정씩 복용한다고 했을 때 3일분(18정)인 3박스 정도로 제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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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구매 제한 때처럼 신분증을 통해 구매 이력을 확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수량을 제한하면 약국 입장에선 그만큼 비용적인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데, 신분 확인까지 맡기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제재 방식은 한 사람이 약국이나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감기약을 구매할 경우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분 확인 못 하면 효과 미지수
공적 마스크 구매 제한 때처럼 신분증을 통해 구매 이력을 확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수량을 제한하면 약국 입장에선 그만큼 비용적인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데, 신분 확인까지 맡기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제재 방식은 한 사람이 약국이나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감기약을 구매할 경우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가수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정부가 제한한다고 하니 필요할 때 못살까 봐 벌써 사재기 심리가 조장되고 있다. 안 아픈데도 2, 3통씩 감기약을 사 가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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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감기약은 마스크처럼 단일 품목이 아니라 해열제, 소염제, 기침 가래약 등 워낙 종류가 많고 해열제 하나에도 여러 품목이 있다. 이를 일일이 제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약사업계에서 감기약 등 호흡기 관련 의약품을 1인당 3~5일분만 구매하도록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 보따리상 얘기가 들리긴 하지만, 몇 사람 때문에 전국적인 불안과 불편을 야기하기보다 자율적 자정 노력에 방점을 두면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제 제한보다 자정에 방점 둬야”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감기약은 마스크처럼 단일 품목이 아니라 해열제, 소염제, 기침 가래약 등 워낙 종류가 많고 해열제 하나에도 여러 품목이 있다. 이를 일일이 제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약사업계에서 감기약 등 호흡기 관련 의약품을 1인당 3~5일분만 구매하도록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 보따리상 얘기가 들리긴 하지만, 몇 사람 때문에 전국적인 불안과 불편을 야기하기보다 자율적 자정 노력에 방점을 두면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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