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해 벽두부터 핵폭주…"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늘려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전술핵무기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지난 26일부터 엿새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섰다"며 이같이 보고했다.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강대강 대적투쟁'의 기조를 명확히 하며 당분간 핵·미사일 능력 증강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한국을 적(敵)으로 규정한 '대적투쟁 방향'을 명시하며 제시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 목표'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 국면을 명분 삼아 자신들의 핵무력을 증강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군축 회담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핵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로켓) 준비 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 16일과 18일에 각각 실행한 고체연료 추진 ICBM 엔진 실험과 정찰위성 발사 실험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핵 선제공격을 명문화한 '핵무력 정책법'이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핵 반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북한이 지난달 31일(황해북도 중화군 일대·3발)과 1일(평양 용성일대·1발)에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KN-25)에 대해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 밝혔다. 전날 열린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600㎜ 초대형방사포 30문을 군부대에 추가로 인도하게 됐다'고 언급하면서다.
이에 대해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군사적 '비례대응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우리가 성공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며 "김정은이 '비례대응', '맞짱 뜨기 전략'으로 나가지 않으면 북한 내에서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우주발사체 발사는 오후 늦게 이뤄지면서 화염이 선명하게 보여 전국적으로 목격됐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에서도 또렷이 보였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우주발사체 관련 기술은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 군 당국의 이번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맞대응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발사체가 단 분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잔해물이 떨어질 경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선들이 조업을 마친 시간대에 시험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정은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 노선인 자력갱생(자강력제일주의)의 한계를 토로하는 듯한 언급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자립의 사상을 철저히 구현하며 패배주의와 기술신비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강하게 투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 일군들 속에 고질병처럼 계속 잠복해있다"며 "온갖 그릇된 사상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강력을 높여나가자고 하는데, 무력감과 기술적 한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현재 북한이 제재와 외부와의 절연으로 인해 경제 및 군사 관련 각종 사업 진행에 있어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이)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록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현재의 대외환경을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는 예상한 대로 대미·대남 대적투쟁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제들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모습"이라며 "강대강 정면승부 원칙을 고수하고,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미·중간 전략경쟁이 첨예화되는 현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과 물밑 접촉이나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김정은이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만일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이종섭 장관 주재로 긴급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통일부는 "2023년 새해를 맞아, 북한도 잘못된 길을 고집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 번영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 발사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 주변국 및 국제사회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위반”이라며 규탄했다.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한 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인 접근에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종석 "지켜주고파" 아이유 "귀여운 사람"…열애 직접 입 열었다 | 중앙일보
- '삭발' 이승기 시상식서 했던 말…문체부 '불공정 계약' 칼 뺐다 | 중앙일보
- 5살배기가 두 동생 살렸다…부모 숨진 차 안 '55시간 악몽' | 중앙일보
- 사우디 간 호날두, 통장에 매일 7억 꽂힌다…감독 경질 권한도 | 중앙일보
- 알몸 구조된 지적장애인 "누나와 매형이 다리미로 지졌다" | 중앙일보
- '검은 토끼띠' 새해 첫날 0시0분, 세쌍둥이가 태어났다 | 중앙일보
- "1000만원은 한달 밥값"이라더니…도끼, 세금 이어 건보료도 안냈다 | 중앙일보
- 박 "통일은 대박"도 이때…주목받는 '집권 2년차' 윤의 신년사 | 중앙일보
- PCR·백신·비자 다 필요없다…관광객 4분의1이 한국인 이 나라 | 중앙일보
- 삭발하고 나타난 이승기, 심경의 변화?…이유 직접 밝혔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