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알바님 구하기’, 대기업 ‘퇴직 칼바람’… 고용 사다리 어디에
대기업 4명 중 1명만 재취업지원서비스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난리인데 대기업에선 ‘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직된 고용시장에 맞물려 글로벌 경기침체, 자동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 주목한다. 퇴직자들이 더 작은 회사나 소규모 업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고용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채용결산 설문조사’를 보면, 지난해 충원이 절반에 못 미쳤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34.9%나 됐다. A씨는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아… 알바느님’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홀에서 일할 새 알바를 구했는데 하루 만에 그만뒀다는 내용이었다. 이 커뮤니티에선 알바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소 시급에 5000원을 얹어주거나 아예 알바 구하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경기도에서 10년째 소규모 유통업을 하는 신지영(48)씨는 설을 앞두고 단기 알바를 구하기에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시급 1만5000원에 점심값과 차비 별도 제공이 조건이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다. 신씨는 “2~3년 전부터 시급 1만원 이상을 주고도 알바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 알바를 빨리 구하려면 차라리 시급을 더 주는 게 낫다”고 1일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샌드위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진모(44)씨는 6개월 전부터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지난여름에 한 달 넘게 알바생을 구하다 실패해서다. 그는 “겨우 구한 알바생에게 청소법을 알려줬는데 ‘청소까지는 못 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앞치마를 벗고 나가버렸다”며 “나도 마음이 상해서 혼자 일하는데 건강 망칠 거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는 알바생들이 소규모 식당 등 자영업소보다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것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달 27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는 CU, 투썸플레이스, GS25, 스타벅스, 올리브영 등으로 나타났다. 근무 선호 이유로 접근성(37.1%, 복수응답)’, ‘경력에 도움(31.9%)’ 등의 답변 응답률이 높았다.
이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인 HR연구소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기업 36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채용결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에서 올해 충원이 절반에 못 미쳤다는 응답은 각각 15.8%에 머물렀지만 중소기업은 34.9%로 배 이상 높았다. 채용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채용 애로사항으로는 대기업은 ‘적합한 후보자 부족’을 꼽았고 중소기업은 ‘지원자 부족’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원자 부족을 꼽은 응답 비율은 중소기업(28.8%)이 대기업(18.4%)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적합한 지원자가 부족하다는 응답 비율은 대기업(65.8%)이 중소기업(51.4%)보다 14.4%포인트 높았다.
이와 달리 대기업과 금융권에서는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HMM, 롯데하이마트, LG 계열사인 하이프라자, 한화 계열사인 ㈜한화 모멘텀은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1967~72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NH농협은행, KB증권 등은 지난 연말 만 40세인 82년생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 상반기에 은행에서 퇴직하는 K씨(50·여)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자녀 학원비 등을 생각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마트 캐셔(계산대 수납원)말고는 일자리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대기업 간부는 “명퇴자 사이에서 그래도 경비가 제일 낫다고 하는데 정말 그 일자리뿐인지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한 쪽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 난리이고, 다른 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경제단체의 간부는 “기업과 정부가 퇴직자들에게 재취업 정보·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고용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퇴직자들이 3~6개월 훈련 후 중소기업 등에 재취업한다면 인력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단절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제도의 운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무대상 기업 1028곳(7만9866명) 중 531곳(51.7%)에서 2만2016명(27.7%)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4명 중 1명만 혜택을 본 셈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100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에서 50세 이상 퇴직예정자에게 취업정보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고용시장의 미스 매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한데 우선 양측에 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재취업 사례를 보면 개인적으로는 눈높이를 낮추는 게 중요하고 사회적으로는 영화 ‘인턴’처럼 연장자가 나이 어린 상급자와 일하는 게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했다.
강주화 문수정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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