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득세 0원'에 中계좌 들통…낱낱이 까발려진 납세자료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6년 치 세금 내역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달 20일 세입위가 대중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언론은 최근 거듭된 악재로 공화당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세입위가 공개한 자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2017년 1월~2021년 1월)을 포함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치 세금 내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에 연방 소득세를 750달러(약 95만원) 납부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00만 달러(약 12억6300만원)와 13만 달러(약 1억6400만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WP는 "트럼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텔 사업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국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최소한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대체 최저세(Alternative Minimum Tax)' 제도가 있다"며 '소득세 0원'에 대해 비판했다. 그의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750달러를 납부한 2017년에도 사실상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CNN은 지적했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직에 있던 2017년 외국 정부에 낸 세금은 1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파나마·카타르·인도·중국·아랍에미리트 등 23개국에 낸 세금 내역을 집계한 결과다. 트럼프는 당시 자신의 기업을 직접 운영하진 않았지만 소유권은 갖고 있었다. 외국에 세금을 낸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의 사업체가 외국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었는지 아닌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중국에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었단 사실도 드러났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중국에 날을 세우며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 무역 전쟁을 벌였었다. 또 재임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아 2016년 대선 때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연봉(40만 달러, 약 5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에게 대출해준 내역도 드러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자발적으로 자신의 세금 자료를 공개해온 전임자들의 40년 관례를 깨고 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2019년부터 민주당이 법정 공방을 불사하며 지속해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연방대법원이 '하원에 세금 내역을 제출하지 않게 해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을 기각함에 따라 납세 자료가 공개됐다.
미 언론들은 이번 자료 공개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가도에 타격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의 공화당 내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주도로 치른 두 달 전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를 일으키지 못한 데다 지난해 1월 '의회 난입' 사태의 책임을 지라며 의회가 기소 권고를 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WP는 "이번 자료 공개로 트럼프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 역시 같은 지적을 하며 "트럼프가 중국에 개설된 계좌로 무얼 했는지, 전 세계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어떤 파트너와 접촉했는지 등 밝혀져야 할 것이 아직도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심각한 타격이 아닐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는 "앞으로 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엄청난 '폭탄선언'은 아니었다"며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트럼프의 정치 경력이 끝날 거라 단언하긴 힘들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 자료 공개 직후 성명서를 내고 "미국의 분열이 이제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자료를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의 세금 내역은 내 자랑스러운 성공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내가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는지 알려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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