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김고은 "독립군의 마음으로 '영웅'의 일원이고 싶었다"

박스오피스 2위…윤제균 감독 신작

"어떤 장면이든지 허투루 연기하진 않으려고 해요. 그게 제 배우로서의 책임감이죠."

배우 김고은은 매 작품이 도전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의 반복이라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영화 '영웅'은 그에게 조금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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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 이토 히로부미의 사살을 위해 정보원이 된 독립군 설희를 연기하기 위해 김고은에게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이 필요했다. 또 최초 뮤지컬 영화로 현장 라이브를 진행해야 해, 노래를 하면서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고, 일본어와 무용까지 새롭게 익혀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어김없이 두려움을 극복해 이 모든 것들을 훌륭히 소화했다.

"무조건 이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었어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에 내가 참여한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았죠. 그런데 대본에서 넘버의 빈 부분과, 넘버와 극과의 연결들이 글로 표현됐을 때 머릿 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을 보러 갔죠. 제가 뮤지컬을 보면서 엄청난 감동이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어요. 제가 느낀 걸 영화에서 더 잘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는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목격하고 조선의 마지막 궁녀에서 독립군 정보원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다. 설희란 인물은 뮤지컬보다 더 많은 서사와 감정들이 할애됐다.

"지금까지 설희를 연기했던 배우 분들의 영상을 많이 봤어요.. 대본에 입각해서 여려가지 모습을 구축해갔죠. 설희를 인간적인 친밀한 인물로 풀어주셔서 설희의 목적의식이 훨씬 더 명확했던 것 같아요. 그 지점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설희를 대했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곧 잘 부르던 김고은이었지만, 연기하면서 노래를 한다는 건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희의 노래들은 다 어려워서 고생했어요. 노래를 소화할 줄 알아야 연기할 때 감정도 실을 수 있는데 참 소화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노래를 오랜 만에 해서 어떻게 발성을 했는지부터 기억을 더듬어서 연습했어요. 감정이 아무리 올라와도 가사를 뭉개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첫 촬영 때가 기억 나네요. 감정을 실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엄청 말도 안 되게 노래를 불렀어요. 그렇게 노래를 한 번 하니 더 이상 창피할게 없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내가 실패할 것이란 두려움이 없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김고은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기차에서 이토 히로부미에게 정체를 들킨 후, 뛰어내리기 직전 설희가 울부짖으며 노래하는 장면이다. '다시 태어나도 조선의 딸이길'이라는 가삿말이 마음에 박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가장 고생하면서 찍기도 했다.

"기차 위에서 뛰어내리려다 실패한 건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넣은 장면이었어요. 설희의 인간적인 두려움이 분명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설희도 사람인데 얼마나 두렵겠어요. 노래 가사가 설희의 신념과 고뇌 등이 잘 드러나는 신이라 제가 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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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에서 게이샤로 분해 이토 히로부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하는 역할이라, 일본어도 숙제였다. 촬영 전까지 일본어를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본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빠른 시간 안에 원어민처럼 보여야 했다.

"저는 일본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였어요. 다행히 일본어가 우리말과 어순이 비슷해서 빠르게 익힐 수 있었어요. 공부를 하면서도 뜻을 알고 뱉으려고 집중했고요. 설희가 원어민처럼 일본어를 했어야 했는데 다행히 대사가 많거나 길지 않아서 감사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정성화를 처음 만나게 됐다. 안중근 의사 자체였던 정성화는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고은에게 의지가 되는 든든한 선배였다고 전했다.

"살을 정말 독하게 빼셨더라고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웅' 촬영을 소화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면 어지럽거나 예민해지는 지점이 있을 수 있는데, 항상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촬영하시는 걸 보고 '선배는 괜히 선배가 아니다', 그리고 '선배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에요. 저도 독립군의 벅참을 같이 느끼고 싶었거든요."

'해운대', '국제시장' 등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이외에도 많은 히트작 연출, 영화 제작을 한 윤제균 감독은, 김고은에게 많은 반전과 영감을 가져다 준 인물이었다. 윤제균 감독의 세심한 배려와 호쾌한 리더십으로 김고은은 무사히 연기할 수 있었고 '영웅' 역시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장이셔서 멀게 느껴지고 큰 어른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권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으시더라고요. 모두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요. 무게감 있는 작품이라 현장도 무거울 줄 알았는데 정말 유쾌하게 촬영했어요. 그런 점들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혼자서 얼마나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셨겠어요. 그래도 현장은 재미있게 모두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셨어요."

지난해 2022년은 티빙 '유미의 세포들2'와 tvN '작은 아씨들'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최고의 시간을 보낸 김고은. 그는 2012년 데뷔한 후 많은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아도 연기는 도무지 쉬워지지 않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의 흥행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작품 속 역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연기하는 방향이 공감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허투루 연기하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 작품이 흥행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겠죠. 하지만 먼저 겁 먹고 스스로 한계를 단정 짓고 싶지 않아요.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