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사진 올리고, 방역 내렸다…시진핑의 신년사 '사진정치'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의 집무실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사진이 사라지고 지난해 숨진 장쩌민(江澤民, 1926~2022) 전 주석의 사진 두 장이 처음 등장했다. 신년사 영상으로만 자신의 집무실을 공개해 온 시 주석은 해마다 서가의 사진을 바꾸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사진 정치'를 펼쳐왔다. 올해는 서가에 걸린 사진 27장 가운데 17장을 새롭게 선보였다.
장쩌민 전 주석 사진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2014년 신년사부터 올해로 10번째 공개한 서가에 원로 지도자 사진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화면 오른쪽 뒤에 잡힌 서가 상단에 푸른색 반소매 셔츠를 입은 시진핑 주석과 긴 셔츠 차림의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사진이 새롭게 눈길을 끌었다. CC-TV가 31일 자체 뉴스 애플리케이션으로 공개한 사진설명은 “시진핑이 장쩌민·후진타오와 함께 찍은 사진, 이 사진은 처음 시진핑 서가에 보였다”로 돼 있고, 지난 6일 장쩌민 전 주석 추모대회 때 나온 시 주석 추모사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그 옆에는 1999년 9월 30일 장쩌민 전 주석이 시 주석 부친 시중쉰(習仲勳·1913~2002)에게 건국 50주년 경축 리셉션에서 건배를 제의하는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도 장쩌민 전 주석을 추모했다. 시 주석은 “2022년 장쩌민 동지가 우리를 떠났다. 우리는 그의 풍부하고 위대한 공적, 숭고한 풍모를 깊이 추모하며, 그가 남긴 소중한 정신 재부를 소중히 여긴다. 우리는 그의 유지를 계승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을 끝없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30)의 새로운 사진도 두 장 선보였다. 비석 앞 계단에서 연분홍 원피스 차림의 딸과 찍은 사진, 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시절 딸을 품에 안고 찍은 사진 두 장이 집무실 뒤 양쪽 서가에 새로 등장했다. 젊은 시절 시 주석의 독사진 두 장도 새로 보였다.
그밖의 새로운 사진은 모두 지난해 업무 사진이다. 1월 산시(山西), 4월 겨울올림픽 유공자 접견, 4월 베이징 인민대, 7월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 인민해방군 창군 95주년 기념 8·1 훈장 수여, 신장(新疆) 투르판, 10월 20차 당 대회, 옌안(延安) 시찰 사진 등이 새롭게 집무실 서가를 장식했다.
특히 당 대회 연설 사진과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입장하는 독사진 두 장은 책상 뒤에서 CC-TV에 길게 노출했다. 올해 외교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習 “힘의 근원은 단결…해협 양안 한가족”
시 주석의 올 신년사에서는 이견을 인정하며 단결을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이렇게 크다. 같지 않은 사람이 같지 않은 요구를 갖고, 동일한 사건에 같지 않은 관점을 갖는 것도 매우 정상”이라며 “소통과 협상을 통해 공통된 인식을 모아야 한다”며 힘의 근원은 단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협 양안은 한 가족이다. 양안 동포가 마주 보고 손을 잡고 나아가 중화민족의 면면한 복지를 함께 창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커다란 국내 이슈가 없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통일전선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로 이데올로기와 당무를 챙겼던 왕후닝(王滬寧·68) 정치국 상무위원이 국내외 통일전선을 책임지는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코로나19 방역의 어려움도 시인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 발생 이래 우리는 시종 인민지상·생명지상을 견지하며 과학적이고 정확한 방역을 견지했다”면서 “때와 추세에 따라 방역 조치를 최적으로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지극히 힘들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 우리는 전대미문의 어려움과 도전에 승리했다. 매 개인 모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시기다. 모두 끈기있게 노력하면 서광이 바로 앞에 있다”며 “모두 좀 더 힘을 내 버틴다면 곧 승리다. 단결이 곧 승리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방역 완화 조치 이후 확진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인에게 분발을 촉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2년 전 2021년 신년사에서 1년간의 방역 활동을 회고하며 “매 개인 모두 대단했다(每個人都了不起)”고 했던 것을 2년 만에 “매 개인 모두 쉽지 않았다(每個人都不容易)”로 톤을 다소 조정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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