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 경제 11번, 개혁 8번 외친 尹…북한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화두로 경제 위기 극복과 노동ㆍ교육ㆍ연금 3대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2600여자 분량의 신년사에서 경제를 11번, 개혁을 8번 언급했다. 연설 때마다 자주 썼던 자유ㆍ법치ㆍ연대는 각각 3번이었고,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윤 대통령은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에 대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며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그 여파가 우리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며 “불가피한 금리 인상이 우리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따른 금리 인상이라는 외적 환경에 대해 피해 최소화의 원칙을 밝힌 것인데, 적극적 대책으로 수출 전략과 ‘스타트업 코리아’로 요약되는 신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수출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일자리의 원천”이라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수출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윤 대통령은 “해외 수주 500억 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과 원전ㆍ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무역 금융을 역대 최대규모인 360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업가 정신을 가진 미래세대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꽃피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IT(정보통신)와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방산과 원자력, 탄소 중립과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우주항공ㆍ인공지능ㆍ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화물연대 사태 이후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노동개혁을 필두로, 교육ㆍ연금을 아우르는 3대 개혁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면서다.
노동 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개혁의 해법으로 과감한 권한 이양을 공약했다. 윤 대통령은 “고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어렵고, 지역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해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논의해서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며 “과학적 조사ㆍ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 2023년 새해,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는 말로 신년사를 맺었다.
신년사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한덕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 등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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